국내 학술지, 오픈 액세스 제도 필요하다
[박창범의 닥터To닥터]
책을 출판할 일이 있어 출판사와 접촉할 때의 일이다. 출판사 관계자는 일반인들이 학술논문과 같은 객관적인 정보를 검색하고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책 내용에 추가할 수 있는 지 문의했다. 필자는 일반인들이 어떻게 논문을 검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설명문을 작성하려고 하는데, 언어와 논문저작권이 문제가 됐다.
우리나라에서 교수로 임용되고 진급하기 위해서는 많은 논문들이 써야한다. 논문은 여러 종류의 다양한 논문집 형태로 발표된다. 물론 자연과학·의학 같은 분야는 대부분 학술논문들이 영어로 되어 있고 내용이 전문적이어서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렵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출판되는 한글논문이다. 사회·인문과학 논문과 일부 의학 논문의 경우 한글로 출판된다. 한글로 된 국내 학술지의 상당수가 네이버나 다음은 물론 구글과 같은 검색엔진으로 찾을수 없고, 검색이 되더라도 논문에 대하여 출판사가 자물쇠를 걸어 놓고 비용 지불을 요구한다. 웃기는 것은 논문 연구자들 역시 국내 학술지에서 논문출판이 결정되면 학회나 해당 출판사에 출판비 명목으로 수십만원의 돈을 지불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비용을 지불하고 논문을 검색해도 정작 논문 저자는 출판사로부터 동전 한 닢 받지 못한다.
왜 이런 구조가 나올까?
우리나라의 출판과정은 다음과 같다. 연구자들이 해당학회나 연구소에서 논문을 출간할 때 논문에 대한 저작권을 이양하는 동의서를 제출한다. 저작권이 이양된 논문을 해당학회나 연구소가 다시 출판사에 돈을 받고 파는 것이다. 출판사는 비용을 지불하고 사온 논문을 개인이나 학교에 다시 돈을 받고 파는 구조이다. 즉 재주는 연구자가 부리고 돈은 학회나 출판사의 호주머니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물론 필자는 논문 저작권을 주장하면서 논문 이용에 대한 인세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학회나 연구소에서 논문집을 출판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들고 연구자들로부터 받는 출판비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출판사에 돈을 받고 파는 것도 이해가 안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일부 논문들은 국가나 공공기관 혹은 비영리재단으로부터 공적 연구자금을 받아 작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연구자들은 물론 일반국민들조차 원하는 자료를 무료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적게는 천만 원부터 많게는 수십억 까지 국가 혹은 비영리재단의 지원이 들어간 연구라고 하더라도 출판사와 계약을 맺은 대학이나 기관만이 논문 내용을 자유롭게 볼 수 있고 일반인이 논문을 검색하려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영미권 국가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것이 바로 오픈액세스 정책(open access policy)이다. 오픈 액세스 정책은 출판에 대한 모든 비용을 연구자가 내는 대신 출판사는 논문에 대한 접근권을 무제한으로 개방하는 것이다. 물론 오픈 액세스 정책비용으로 연구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적게는 1500달러부터 많게는 5000달러 이상으로 상당히 많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공공연구자금을 받은 연구의 경우 반드시 오픈 액세스 정책에 따라 논문을 출판해 미국인은 물론 전 세계 사람들이 출판사에 추가 비용을 내지 않고 무료로 해당 연구논문을 볼 수 있도록 하였다. 우리나라가 오픈액세스 제도를 도입해 공공연구자금을 받은 연구에 대한 모든 논문을 이렇게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한글로 된 논문의 경우 주 사용자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 비용도 미국과 같이 높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021년 우리나라의 R&D 예산은 26조 원이 넘었다. 이렇게 국가나 공공기관과 같은 공적자금을 투자하여 생성된 한글논문을 우리나라 사람들이 무료로 이용하지 못하는 현재 논문 출판 상황에 대하여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