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사고 유족도 자살 충동...60% "자살 생각 있다"
우울 증상, 수면 장애, 음주 문제 등 경험
자살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족 본인도 자살을 할 생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2015~2021년 자살사망자 유족 952명을 대상으로 '심리부검' 면담 분석을 실시한 결과다.
심리부검은 사망 전 자살자의 심리 행동 양상과 변화 상태를 주변인의 진술과 기록을 기반으로 검토, 그 원인을 탐색하는 과정이다. 복지부는 지난 2015년부터 매년 심리부검 결과를 분석하고 있다. 이에 의하면 유족 952명 중 95.2%(906명)가 사별 후 일상생활에 변화를 경험했는데, 특히 심리상태 변화(97.0%)가 두드러졌다.
유족의 83.3%(793명)는 우울 증상이 있었고 이 중 60.9%(580명)는 중증도 이상의 우울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별 기간이 3개월 이하로 짧은 유족이 특히 심각한 우울을 보이는 비율(25.4%)이 높았다. 고인과의 관계를 기준으로는 고인의 부모이거나 배우자일 때 심각한 우울을 겪는 비율이 각각 28.0%, 25.6%로 높았다.
유족의 71.4%는 수면에 문제가 있었고 20.6%는 음주 문제를 경험하고 있었다. 또 조사대상의 80.0%는 오랜 시간 슬픔과 심리적 고통이 강렬하게 지속되는 상태인 '복합비애'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족의 60%(566명)는 면담 당시 자살 생각이 있다고 답했는데 사별 기간이 3개월 이하이거나 25개월 이상일 때 특히 자살을 생각하는 비율이 높았다. 고인과의 관계를 기준으로는 고인의 부모일 때 자살 생각을 하는 비율(69.2%)이 가장 높았고 형제·자매(61.1%), 배우자(59.3%), 자녀(56.5%) 순이었다.
유족이 겪는 또 다른 어려움은 주변에 자살 사실을 알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유족의 72.3%(688명)는 고인과 유족을 향한 비난, 가족이 받을 충격 등을 우려해 자살 사실을 알리지 못한 대상이 있다고 답했다. 알리지 못한 대상은 친한 친구나 동료 58.4%, 친인척 34.7%, 자녀 14.0%, 부모 9.3% 순이었다.
이번 조사를 통해 복지부는 "유족에 대한 사후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고인이 된 자살사망자의 42.8%도 생존 당시 가족, 지인 등을 자살로 잃은 유족이었다.
상담전화 안내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