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면 다 믿는다? 최고의 조언자는 아냐 (연구)
사람들은 어떤 걸 이루고자 조언을 얻으려 할 때, 최고의 성과를 낸 전문가를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좋은 성과를 내는 사람이라고 해서 더 나은 조언을 해줄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고의 성과를 낸 사람이 정답은 아니다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연구진은 네 가지의 연구를 통해 최고의 성과를 내는 전문가라 해서 매번 더 나은 조언을 해주는 것이 아님을 발견했다.
첫 번째 연구에서는 아마존 크라우드소싱 웹사이트 ‘Amazon Mechanical Turk’를 통해 모집한 참가자 1천 1백여 명을 대상으로, 조언자의 성과가 그들이 제공하는 조언의 질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가 되는지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파악하고자 했다.
참가자들은 워드 스크램블(Word Scramble; 무작위로 섞여있는 글자들을 재배열해 의미있는 단어로 만드는 게임)이라는 게임을 수행했다. 각 라운드는 60초씩, 총 세 번 진행됐고 각 라운드마다 다른 글자판이 주어졌다. 그런 다음 연구진은 참가자에게 더 나은 성적을 얻기 위해 누구에게 조언을 얻고 싶은지 선택하도록 했는데, 예상대로 성과가 가장 좋았던 사람에게 조언을 얻으려는 선호가 강하게 드러났다.
두 번째 연구에서는 최고의 성과를 낸 사람들이 정말로 최고의 조언을 제공했는지 여부를 살펴봤다. 연구진은 100명에게 여섯 라운드의 워드 스크램블 게임을 하도록 하고, 다른 사람을 위해 조언을 적은 후 자신이 적은 조언의 질을 평가하도록 했다. 좋은 성과를 낸 사람들은 자신이 최고의 조언을 해주었다고 믿었다.
이어 또 다른 참가자 2천 85명이 게임에 참여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를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누었는데 한 그룹은 게임 한 라운드를 마친 후 임의로 배정된 조언자로부터 받은 내용을 참고해 다섯 라운드를 추가로 진행했다. 또 다른 그룹은 아무런 피드백 없이 여섯 라운드를 진행했다.
그 결과, 조언을 받은 참가자들은 조언을 받은 후 더 나은 성과를 보였고, 라운드가 진행될수록 성과는 더 나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평균적으로 가장 뛰어난 성적을 낸 사람의 조언을 받았다고 해서 더 많은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다트를 가지고 유사한 연구를 수행했을 때에도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전문가의 조언을 도움된다 생각하지만…글쎄
연구진에 따르면, 그럼에도 최고의 성과를 낸 사람들에게 조언을 받은 사람은 보통 그렇지 않았음에도 그 조언이 더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결과에 차이가 없었음에도 왜 사람들은 좋은 성적을 거둔 사람의 조언이 더 유용하다고 생각할까. 그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 연구진은 두 개의 연구를 추가로 진행했다.
연구의 목적과 가설에 대해 알지 못하는 두 명의 연구 조교가 권위성(authoritativeness), 실행가능성(actionability), 명료성(articulateness), 명확성(obviousness), 제안의 개수, ‘해야 할 것’에 대한 제안,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제안 등 7가지 특성에 대해 조언 내용을 코딩했다.
각 특성을 인지된 유익함과 향상 측면에 대해 분석한 결과, 오직 제안의 개수만이 이 두 가지 모두를 일관되게 예측했다. 하지만 조언의 개수와 조언의 효과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없었다.
연구진은 “최고의 성과를 낸 사람이 더 유용한 조언을 제공하지는 않았지만 더 많은 조언을 쓰기는 했으며, 이번 연구에서 사람들은 양을 질로 착각했다”고 말했다.
전문가의 조언, 실제로 왜 도움이 되지 못할까?
이들의 조언이 더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연구진은 몇 가지 가설을 제시했다.
우선, 천부적 재능과 엄청난 연습은 의식적인 사고를 불필요하게 만들기 때문에 근본적인 조언을 간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의사전달에 능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훌륭한 수행능력을 가진 사람이 공유할 명확한 정보가 있다 해도, 그것을 공유하는 데 특별히 능숙하지는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심리과학협회(Association for Psychological Science) 학술지 《Psychological Science》에 ‘Tips From the Top: Do the Best Performers Really Give the Best Advice?’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