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하고 월경이상” 절반 가까운 여성 경험
4만 명 가까운 조사서 42% 생리 양 증가…한두 달 뒤 대부분 정상화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나서 생리 양 증가와 생리불순 같은 월경이상을 겪은 여성이 절반 가까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부분 한두 달 뒤 정상으로 돌아왔으며 다른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았기에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대규모 연구결과가 나왔다. 15일(현지시간)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된 미국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한 내용이다.
미국 세인트루이스워싱턴대(WUSTL)와 일리노이대 연구진은 2021년 4월 전 세계 수천 명의 여성에게 온라인 설문지를 배포했다. 여기에는 트랜스젠더 남성, 장기긴 피임약을 복용한 여성, 폐경기 여성이 포함됐다. 3개월 뒤 18~80세 여성의 생리 주기에 대한 3만9000개 이상의 반응을 수집해 분석했다. 모든 조사 응답자는 화이자, 모더나, 얀센 백신 및 다른 백신을 접종했으며 백신을 맞기 전에 코로나19에 걸린 경험이 없었다.
분석 결과 정기적인 생리주기를 가진 여성의 42%가 백신 접종 후 생리 양 증가를 것을 경험했고 44%는 변화가 없다고 보고했다. 14%는 오히려 줄었다고 밝혔다. 또한 성별 확인 호르몬 치료를 받은 응답자 중 39%, 지속형 피임약 사용자의 71%, 폐경기 여성의 66%가 백신 접종 후 한 두 번의 주사 후에 돌발성 출혈을 경험했다.
논문의 제1저자인 WUSTL 의대의 캐러린 리 교수(생물인류학)는 “중요한 것은 대부분 여성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겁먹지 않고, 충격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연구 결과가 백신 접종 후 생리변화에 대한 기존 연구와 차이가 없지만 대신 생리변화를 경험할 가능성이 더 높은 사람들에 대한 인구통계를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여성들에게서 생리 양 증가가 일어날 가능성이 더 높다. 호르몬 피임을 사용했거나 과거에 임신을 했거나 자궁내막증, 섬유증, 다낭성난소증후군 같은 생식 질환을 진단받은 여성도 생리 양 증가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히스패닉이나 라틴계도 출혈이 심하다고 보고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리고 발열이나 피로와 같은 백신의 다른 부작용을 경험한 사람들은 불규칙한 생리주기를 경험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폐경기 여성은 오히려 60세 전후로 상대적으로 연령이 낮은 여성이 돌발적 출혈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접종한 백신의 종류, 열과 같은 다른 부작용 여부, 과거의 임신 이력 등은 돌발적 출혈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 왜 월경이상 문제 발생할까?
여성에게 어느 정도의 월경이상은 정상적이다. 코로나19 백신이 여성 생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 중인 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의 앨리스 에델만 교수(산부인과)는 “우리의 생리 주기는 완벽한 시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시상하부, 뇌하수체, 난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같은 내적 요인은 물론 스트레스와 질병, 체중 감소나 체중 증가, 칼로리 제한과 격렬한 운동 같은 외적 요인도 생리 패턴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한다.
자궁을 둘러싸고 있다가 생리 중에 떨어져 나가는 자궁내막은 면역 체계와 관련이 있다. 자궁 조직을 개조하고 병원체에 대한 보호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백신이 면역체계를 활성화하면 자궁 내막에서 후속효과가 발생해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일부 개인은 신체의 면역 또는 호르몬 변화에 더 민감할 수 있다.
에델만 교수는 일부 여성의 생리가 코로나바이러스 예방 접종을 받은 후 하루나 이틀 늦게 나타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그 변화는 일시적이었다. 한두 사이클 후에 정상으로 돌아오는 경향을 보였다.
◆ 백신 접종 후 월경이상에 대한 대처 방법
미국 에모리대의 제니퍼 카와스 교수(생식내분비학)는 “생리주기는 체온이나 혈압과 마찬가지로 건강에 대한 단서가 된다”고 말했다. 생리주기나 생리 양의 변화가 일어나면 내분비학적, 혈액학적, 해부학적 원인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 예를 들어 생리가 더 이상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사람들의 출혈은 자궁경부암, 난소암, 자궁암, 질암의 경고 신호라는 것.
그러나 “생리주기만 일정하다면 생리 미묘한 변화가 우려의 원인이 되어서는 안 되며 평소 하던 일을 바꿀 필요가 없다”고 카와스 교수는 말했다. 코로나19 백신이 안전하며 장기적으로 출산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은 이미 임상시험과 다른 연구들을 통해 입증됐다.
◆ 생리기간 피해 백신 맞아야 할까?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걸리는 경우가 백신 접종으로 인한 어떤 부작용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입을 모은다. 에델만 교수는 “백신 접종 후 열이 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날에 맞춰 백신을 접종해도 된다”면서 “하지만 일시적인 생리 변화가 발생한다고 백신 접종 타이밍을 놓쳐선 안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환자가 다시 증가하고 있는데다 백신 접종할 타이밍을 2주 이상 미루면 코로나19에 감연될 가능성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신 접종에 대한 몸의 변화를 추적하고 공중보건 관계자들이 생리 주기의 변화에 대한 여성들의 우려를 인정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텍사스대 휴스턴 보건과학센터(UT헬스) 맥거번 의대의 케이샤 레이 교수(생명윤리)는 지적했다. 생리 이상 또는 백신의 다른 부작용에 대한 투명성 증가가 백신 맞기를 주저하는 사람들을 더 잘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레이 교수는 “우리는 진실하고 노력 중이며 사람들의 생생한 경험을 검증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새로운 연구가 사람들의 건강에 대한 대화를 개선하고 보다 포괄적인 미래의 임상 시험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adv.abm7201)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