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세 3남매 엄마, 3명 살리고 떠나다
3년 전 기증 희망 등록... “마지막 순간, 생명 살리고 떠나고 싶다”
“왜 착한 사람들이 일찍 떠날까요...”
평소 지적 장애인을 돌보고 요양원에서 어르신들을 위해 음식 만드는 일을 좋아했던 사람... 어려운 사람이 보이면 늘 앞장서서 돕던 착한 사람이 50대 중반의 나이에 하늘의 별이 됐다.
지난 7일 3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떠난 허미경(54) 씨의 얘기다. 고인은 지난 3일 저녁 식사 후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갑작스럽게 쓰러졌다. 119를 통해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았지만 안타깝게 뇌사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가족들은 소생 가능성이 없다는 의사의 얘기에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충격을 받았다. 고인은 자녀들(1남2녀)을 본인보다 사랑했던 헌신적인 어머니였다. 남편 퇴근 후 동네 산책을 좋아하던 자상한 아내이기도 했다. 온 동네 사람들이 부러워하던 화목한 가정의 어머니였다.
“엄마가 살아날 가능성이 없다니...” 병원 뇌사판정위원회의 판정이었다. 전문의사 2명 이상과 비의료인 위원 1명 이상이 포함된 위원회가 전원 찬성으로 뇌사판정을 한 것이다. 가족들은 현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이내 슬픔이 복받쳐 올라왔다.
“착하디 착한 사람인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소식을 전해 들은 친지, 지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왜 착한 사람을 먼저 데려가냐..,”며 오열했다. 다정다감한 성격의 그는 가끔 여행과 드라이브를 하며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다. 모임에선 늘 귀찮은 일에 발 벗고 나섰다.
겨우 마음을 추스린 가족은 엄마의 ‘착한 일’을 또 하나 떠올렸다. 지난 2019년 5월 고인이 “내 마지막 순간에 생명을 살리는 아름다운 일을 하고 떠나고 싶다”고 기증 희망 등록을 한 것이다. 가족은 그 숭고한 뜻을 지켜주기로 했다. 그리고 기증 동의서를 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원장 문인성)은 지난 7일 허미경 씨가 폐장, 신장(좌, 우)을 기증하여 3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되었다고 밝혔다.
“엄마, 우리 삼 남매 잘 키워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하늘 나라에서는 이제 저희 걱정 하지 마시고 마음 편하게 쉬세요. 아빠랑 언니랑 오빠랑 서로 보살피며 사이 좋게 잘 지낼게요. 꿈에 자주 나타나서 엄마 얼굴 많이 보여주세요.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고인의 막내 딸은 엄마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