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비행∙주사∙동물 공포증, 휴대전화∙헤드셋만 있으면 고친다

가상현실(VR) 치료 프로그램 6주 적용으로 75% 공포증 없애

가상현실(VR) 앱 프로그램으로 각종 공포증 누그러뜨릴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소 공포증 등 다섯 가지 공포증이 ‘가상현실(VR)’ 앱 치료 프로그램으로 크게 개선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뉴질랜드 오타고대 연구팀은 헤드셋과 휴대전화 앱 ‘오버캄(oVRcome)’을 이용한 가상현실 치료 프로그램으로 6주 동안 다섯 가지 공포증 환자를 치료한 결과 증상의 약 75%가 개선됐다고 밝혔다. 앱 ‘오버캄(oVRcome)’은 기술 기업인 ‘크라이스처치’가 공포증을 앓고 있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만든 완전 자율형 스마트폰 앱이다. 연구팀은 2021년 5~12월 18~64세의 공포증 환자 129명을 실험군과 대조군에 무작위 배정하고 6주 동안 실험군에 앱 치료 프로그램을 적용한 뒤, 12주 동안 추적 관찰했다. 진행 상황을 기록하기 위해 매주 참가자들에게서 설문지를 받았다.

앱 프로그램은 심리 교육, 이완, 마음챙김, 인지 기술, 가상현실을 통한 노출 및 재발 방지 모델 등 표준 인지행동 치료(CBT) 구성 요소로 이뤄졌다. 연구팀은 공포증 환자들에게 ‘오버캄’ 앱을 다운로드 받게 한 뒤 헤드셋과 페어링(블루투스 무선 연결)하게 하고 공포증 프로그램을 적용했다. 그 결과 고소 공포증, 비행 공포증, 바늘 공포증, 거미 공포증, 개 공포증 등 5종 공포증이 치료 6주 만에 상당 수준 사라졌다. 세계 인구 12명 중 1명꼴이 각종 공포증으로 고통받고 있다.

연구의 주요 저자인 오타고대 카메론 레이시 부교수(심리학)은 이번 연구에 쓰인 공포증 치료 프로그램은 360도 회전이 가능한 가상현실(VR) 비디오 노출 치료와 인지행동 치료(CBT)를 결합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치료 후 가족의 해외 여행 휴가를 예약할 만큼 자신감이 생긴 환자, 코로나 백신을 접종하기 위해 줄을 선 환자, 거미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여기게 된 환자 등의 사례를 소개했다. 특정 공포증 환자들은 전통적인 대면 노출 치료에 불편함을 느끼거나 동기가 부족해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이 가상현실 치료 프로그램은 노출 수준을 참가자들이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등 환자 개인의 필요에 따라 맞춤형으로 운영될 수 있는 게 큰 장점으로 꼽힌다. 임상시험 참가자는 이 가상현실 앱 치료를 통해 두려움 자체에 대한 통제력뿐만 아니라 노출이 발생하는 시기와 장소에 대한 통제력도 높일 수 있었다.

고소 공포증은 높은 곳에 올라 가면 불안∙공포감이 생기며 심하면 공황발작을 일으킨다. 비행 공포증은 비행기를 타는 데 큰 두려움을 느끼며 4명 중 1명꼴이 이 증상을 겪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바늘 공포증은 주사기와 침 등 의료용 바늘을 무서워한다. 뉴질랜드인의 약 10%가 바늘 공포증 때문에 코로나 예방접종을 두려워했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거미 공포증과 개 공포증은 동물 공포증에 속하며 뱀과 새를 지극히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이 연구 결과(oVRcome – Self-guided virtual reality for specific phobias: A randomised controlled trial)는 《호주 및 뉴질랜드 정신의학 저널(Australian and New Zealand Journal of Psychiatry)》에 실렸고 미국 건강의학매체 ‘메디컬익스프레스(MedicalXpress)’가 소개했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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