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돌 수입...사용자는 어떤 인간 유형일까

"사람과 닮아 문제" Vs "소유자, 공격적·강압적 기질 없어"

수입업체 물류창고에 보관된 리얼돌 상품 [사진=뉴스1]
관세청이 리얼돌(real doll) 통관을 허용하기로 하면서 리얼돌 소유자의 심리적 특성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사람을 닮은 성(性)기구인 '리얼돌'은 소름 끼치는 존재일까, 건강한 욕구 해소 수단일까?

관세청은 신체 일부를 묘사한 반신형 리얼돌 통관을 허용한다고 11일 밝혔다. 전신형과 특정 인물을 형성화한 리얼돌은 허용되지 않는다. 관세법 제234조에 따라 '풍속을 해치는 물품'으로 분류된 리얼돌은 2019년 대법원의 '수입 허용' 판결에도 불구하고 부분적 통관만을 허용했다.

이제 리얼돌이 한국에도 많이 수입될 전망이어서 사람과 닮은 리얼돌을 사서 사용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일지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나고 있다. 영국 노팅엄 트렌트대가 국제학술지 ≪성연구저널(Journal of Sex Research)≫에 발표한 논문에는 리얼돌 소유자의 성격, 성적 관심, 위험 요인 등에 대한 분석 내용이 담겼다.

리얼돌 소유자, 성적 자존감 낮지만 위험 성향 없어

연구팀은 리얼돌을 가진 남성 158명과 그렇지 않은 대조군 남성 135명을 모집해 두 그룹의 성적 환상, 성격, 정서적 기능, 관계 스타일, 성적 공격성 등을 확인하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리얼돌 소유자들은 대조군에 비해 여성을 '불가지(알 수 없음)', '성적 대상'으로 인지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일부 우려와는 달리 성적 공격성, 강압적 성관계에 대한 환상, 감정과 애착 문제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적 자존감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 연구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리얼돌 소유의 문제점을 지적한 걸까? 그렇지 않다. 그 반대다. 연구팀은 "리얼돌 소유자들도 비소유자들과 현저하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성적 자존감이 다소 떨어지며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인지하는 경향이 좀 더 강하긴 했지만 공격적이거나 강압적인 성관계를 원하는 위험한 성향을 가진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리얼돌은 여성과 외모가 닮았다. 이로 인해 과거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리얼돌이 여성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불러올 수 있다며 수입을 금지해달라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일부에서는 아동처럼 보이는 리얼돌이 소아성애나 성범죄를 촉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연구에서 리얼돌 소유자의 과격 성향은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리얼돌이 '무해한 배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사람 닮았다? '시대착오적 발상'일 수도...지속적 연구는 필요

리얼돌이 진짜 사람과 닮았다고 볼 수 있는지, 이 전제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닌지도 살펴봐야 한다. VR 게임,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등도 성 산업에 관심이 높다. 사람처럼 움직이고 대화도 나눌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생각한다면 리얼돌은 아무리 사람을 닮았다 해도 누워있는 인형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VR산업의 발전으로 현실과 가상공간의 구분도 앞으로 점점 어려워질 전망이다. VR 속 성관계 역시 리얼돌과 비교가 안 될 정도의 리얼리티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리얼돌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리얼돌이 실제 남녀 사이의 친밀감과 애착을 위협할지,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유발할지, 이성에 대한 위해로 이어질 수 있을지 보다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이번에 통관이 허용된 하반신 리얼돌은 상반신이 없다는 점에서 실제 사람과 유사성이 떨어진다. 사람은 하반신 없이는 살 수 있어도 상반신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

기술적 발전을 고려할 때 움직이지 못하는 인형의 위험성을 걱정하는 건 구태의연하게 느껴지는 측면도 있다. 성기구 인형은 17세기 문헌에서도 확인된다. 천으로 꿰맨 엉성한 인형에서 오늘날 실리콘 인형까지 오랜 기간 존재해왔다.

리얼돌이 한국 사회에 퍼지면서 이점과 해악에 대한 논란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향후 리얼돌을 넘어 인간과 똑같이 행동하고 생각하는 로봇이 등장했을 땐 성을 둘러싼 논란이 증폭될 것이다. 로봇은 단순 도구로 볼 수 있을까? 로봇과의 성적·정서적 친밀감은 무시할 수 있을까? 로봇과의 결혼은 가능할까?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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