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두창 美 대응 느릿, 코로나 초기 연상케 해"
샘플 채취 및 검사, 백신 접종 등에 소극적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43세 A씨는 시카고의 한 대중탕에서 여러 명과 성적 접촉이 있었다. 그로부터 8일이 지난 6월 14일 갑작스러운 고열에 시달렸고 손목에 물집이 잡혔다. 원숭이두창이 의심돼 병원에 연락했지만, 일주일이 지나도록 샘플 채취가 이뤄지지 않았다. A씨에 의하면 그의 동거인과 연인에 대한 백신 접종 요청도 없었다. 그는 병원 접촉 후 2주가 지난 뒤에야 바이러스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 사이 병변은 사라졌고 격리 조치는 불필요하게 됐다.
뉴욕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다. 현재 원숭이두창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느리고 소극적이어서 마치 코로나19 초창기를 연상케 한다.
원숭이두창은 코로나19처럼 전파력이 강하지 않아 상황이 빠르게 통제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현재 지속적인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만 공식적으로 보고된 감염 건수가 약 700건이다. 이는 과소평가된 수치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대 LA캠퍼스 앤 리모인 연구원은 뉴욕타임즈를 통해 신종 감염병도 아닌 잘 알려진 병원균에 대해 이처럼 느리게 대응하는 정부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앞으로 나라 간 교역과 여행은 점점 더 활성화될 예정인 만큼, 새로운 병원균이 퍼질 위험 역시 더욱 커지게 된다. 코로나19와 원숭이두창은 이례적인 상황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계속 반복해 겪게 될 일이란 것. 원숭이두창처럼 특정 지역의 풍토병이 확산되거나 코로나19처럼 새로운 감염병이 출현했을 때 적극 방어할 수 있는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
코로나19 팬데믹 3년차에 접어들며 공중보건시스템에 많은 변화가 생겼지만, 원숭이두창 사태를 통해 볼 때 여전히 허점도 많은 상황. 리모인 연구원은 정부가 좀 더 신속하고 강력하게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생물테러 위험을 지각한 미국은 지난 2010년 1억 3200만 회분의 두창(천연두) 백신을 확보해야 한다고 추산했지만 현재 비축량은 6만 400회분에 불과하다.
예일대 공중보건대학원 그레그 곤살베스 연구원은 "집에 불이 났는데 일상적인 속도로 대응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전 세계 원숭이두창 감염자는 9000명을 넘어섰다. 상당수가 남성 간 성관계에서 기인한다는 점에서 감염을 감추는 사람들도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감염자들을 가려내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 전문가들은 정부의 느릿하고 소심한 자세가 지역사회 확산을 더욱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공공 의료 분야에 많은 기금을 확보했지만, 이 자금을 원숭이두창처럼 다른 부분에 적극 활용하지 못하는 시스템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