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버릴 줄도 알아야… '기억력' 향상시키는 법
잊어버릴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언짢았던 것, 서운했던 것, 미련이 남는 것들을 과감히 머릿속에서 없애야 한다는 의미다. 과학적으로도 ‘잊어버릴 줄 아는 태도’는 중요하다. 사람은 일생동안 경험하는 일 중 아주 일부만을 기억한다. 머릿속에 간직하고 있는 불필요한 데이터 용량을 줄여야 필요한 정보, 소중한 기억을 보다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다.
평상시 경험하는 대부분의 일들은 기억할 가치가 없는 것들이다. 아침에 어떤 자세로 일어났는지, 점심밥이 담긴 그릇은 무슨 색이었는지, 지하철 옆자리에 앉은 사람의 성별은 무엇이었는지 등의 정보는 잊어버려도 그만이다. 우리 뇌는 이처럼 가치 없고 무의미한 데이터들을 걸러내는 기능을 한다.
미국 스탠포드대학교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불필요한 기억을 제거하는 것은 현재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보다 잘 기억하기 위한 과정이다. 가령 예전에 사용했던 휴대폰 전화번호를 잊어버리는 것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새로운 휴대폰 전화번호를 잘 기억하기 위한 필연적 과정이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이 무언가를 떠올리기 위해 전념하는 동안 그 기억과 무관한 새로운 정보를 제공해 기억을 방해했다. 또 실험참가자들의 뇌를 fMRI(기능성 자기공명영상 장치)로 촬영해 전두엽 피질이라는 뇌 영역이 활성화된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 뇌 영역은 결정을 내릴 때 관여하는 부위다.
한 번 기억을 떠올린 뒤에는 방해요인이 있어도 기억을 잘 떠올리는 결과를 보였다. 또 이때 실험참가자들의 전두엽 활동은 느려진다. 뇌가 혼란을 주는 정보를 삭제하고, 중요한 정보만 골라내는 요령을 익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억력 향상을 위한 요령은 무엇일까. 임상심리학자 토마스 크룩 박사는 기억하고 싶은 것을 선별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새로운 정보가 들어왔을 때 이 정보가 과연 나에게 유용한 것인가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학창시절 요령껏 공부하는 친구들을 떠올려보면 알 수 있다. 모든 것을 우직하게 암기하기보다 중요도가 높은 것 중심으로 익힐 때 기억에 더 잘 남는다.
시험공부를 할 때만이 아니다. 평소에도 이처럼 정보의 가치를 선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가령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모임에 나갔을 때 모든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려고 애쓰기보다 앞으로 연락하고 지낼만한 사람을 선택해 그들의 이름을 암기하는 식이다.
불쾌한 기억을 차단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어렸을 때 경험했던 사건으로 인한 트라우마, 거절당한 상처, 실망한 기억 등을 오랫동안 간직하며 되뇌면 정신이 산만해지고 둔탁해진다. 기억력을 향상시키고 싶다면 가급적 즐거운 기억들로 머릿속을 채울 수 있는 긍정적인 태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