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 희로애락 현장, 편의점은 어떻게 시작했을까?

[이성주의 건강편지]

제 1530호 (2022-07-11일자)

서민들 희로애락 현장, 편의점은 어떻게 시작했을까?

세계에서 가장 가게가 많은 프랜차이즈는 무엇일까요? 미국에서 오늘(7월 11일) 기념일을 갖는 세븐일레븐이랍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열아홉 나라에 7만 29개의 점포가 있어 각각 4만 개 안팎의 가게가 있는 서브웨이와 맥도날드보다 훨씬 많습니다.

오늘이 ‘세븐 일레븐 데이’인 이유는 이날이 창립기념일이 아니라 7월과 11일의  숫자 때문이라는 것, 눈치 채셨죠? 세븐 일레븐은 1927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사우스랜드 얼음회사의 직원이 큰 냉장고에 보관한 우유, 빵 등 식료품을 저녁과 주말에 팔기 시작한 것에서 출발했습니다. 처음 이름은 ‘토템 가게’였는데, 1946년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문을 연다는 뜻에서 ‘세븐 일레븐’으로 바꿨습니다. 당시로서는 휴일도 없이 거의 하루 종일 문을 연다는 것은 획기적이었습니다.

세븐일레븐은 1962년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24시간 영업을 시작했고 해외로도 진출했습니다.  미국에선 매각 루머, 경영 실패 등으로 자금난을 겪었는데 일본에서는 승승장구했습니다. 밤낮없이 지내는 일본이나 우리나라가 편의점에 더 어울리기 때문일까요? 1991년 일본에서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슈퍼마켓 체인 이토요카드가 미국 본사의 주식 과반을 사들여 주인이 바뀌었지요.

우리나라에선 롯데그룹의 계열사인 코리아세븐이 운영하고 있는데 로손, 바이더웨이, 미니스톱 등을 인수하며 세력을 넓히고 있지요. 올해 초 세븐일레븐이 미니스톱을 합병해서 올 여름엔 미니스톱의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못 먹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세븐콘’으로 늘어난다고 하네요. 우리나라 편의점 가운데 지난해말 점포 수 기준으로 CU가 1위이고,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순이었는데 3, 4위 회사가 합병해 순위가 어떻게 바뀔지는 지켜봐야겠습니다.

편의점은 영어 ‘Convenience Store(CVS)’를 일본에서 번역한 것이지요? 1980년대 몇몇 편의점들이 문을 열 때만 해도 우리나라에선 편의점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는 ‘전문가’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시나브로 편의점들이 일상을 지배하는 세상이 됐고, 골목의 구멍가게들은 하나둘씩 사라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편의점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계기는 1992년 MBC 드라마 ‘질투’였다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당시 최고 청춘스타였던 최수종, 최진실이 컵라면과 김밥을 먹으며 데이트하던 곳이었지요. 편의점 산업도 굴곡을 거쳐 지금은 대한민국 서민의 희로애락이 녹아있는 현장이 됐네요. 편의점에서 벌어지는 일상과 애환을 다룬 책들도 숱하게 나왔습니다.

편의점의 역사를 돌아보면, 결국 산업이나 사업의 성패는 시운(時運)과 함께 간다는 것을 절감합니다. 그 시운도 사람의 통찰력이나 의지 없이는 어떤 결과로 꽃피울 수 없겠지요. 1927년 댈러스의 얼음회사 직원이 사람들의 필요성에 눈뜨지 않았다면, 그것을 그 회사 설립자가 지켜보고 확대하지 않았다면 지금 가게의 모습이 지금과는 다를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도 세상을 바꿀 기회가 오고 있는지도, 아니 옆에 다가와서 속삭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기회를 알아보고,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지 않기 때문에 안 보이는 것일지도 모르지요. 베스트셀러 작가 지그 지글러의 말이 머리를 울립니다. “기회를 노리지 않는 사람에겐 기회가 오지 않는다(Those who won't take a chance don't have a chance)”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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