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늘어난 자폐 성인에 대한 관심…왜?
미국 대중문화 속 자폐 성인 비중 2011년 33%에서 2019년 43%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포스터 [사진=ENA제공]자폐스펙트럼장애(ASD)를 지닌 성인 여성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한국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인기를 얻으며 ASD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크게 바뀌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한국만의 것이 아니다. 넷플릭스에서는 ASD를 지닌 성인들이 사랑을 찾으려는 관정을 담은 리얼리티쇼 ‘러브 온 더 스펙트럼(Love on the Spectrum)’이 시즌 2까지 방영 중이다.
실제 미국 대중문화에서 ASD에 대한 인식확대와 더불어 자폐아가 아니라 자폐성인의 등장이 확연히 늘어났다는 연구 결과가가 나왔다. 최근 《성인기의 자폐증》에 발표된 미국 캘리포니아대 산타크루즈캠퍼스(UCSC)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미국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7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UCSC의 나미라 아크타르 교수(심리학)은 대중문화에서 ASD 관련 묘사가 주로 어린이에게 집중되고 어른은 소외되고 있다는 2011년 연구의 후속연구다. 연구진은 2010년과 2019년 사이에 개봉된 영화와 TV쇼 중에서 1명 이상의 ASD 장애인이 출연하는 124편의 영화와 TV쇼의 내용을 검토했다. 또한 2010년과 2017년 사이에 출판 소설책 중 ‘자폐증’이나 ‘자폐적인’ 또는 ‘아스퍼거증후군(ASD에 포함되는 아동 장애)’과 같은 특정 키워드가 포함된 500권의 소설책을 분석했다. 2020년 봄 한 달 동안 발간된 ASD 관련 뉴스 기사 100여 건도 분석했다.
엔터테인먼트 측면에서는 2011년까지 영화나 TV에 등장하는 ASD 장애인 중 성인은 3분의 1미만이었으나 2019년 43%까지 올라갔다. 문학에서는 2011년 분석에서 대략 10명 중 1명꼴이던 자폐 성인이 5명 중 1명꼴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뉴스에서도 자폐 성인 관련 보도가 20% 조금 넘었으나 2010~17년 사이에 거의 40%로 늘어났다.
이 같은 변화는 ASD 옹호 및 후원 단체의 변화와 맞물려 있었다. 2011년 연구에서는 이들 단체가 ASD의 조기 진단 및 치료에 초점을 맞춰 성인 보다 어린이를 부각시킨 홍보 전략으로 인해 자폐 성인이 소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그 개선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이들 단체의 웹사이트를 분석했다. 대표적으로 미국자폐증협회(ASA)의 49개 지부의 홈페이지에 게재된 자폐 성인의 사진이 2011년 5%에서 2019년 20%까지 늘어났다. 다른 16개 단체의 웹사이트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발견됐다.
ASD 옹호단체 중 하나인 ‘자폐증이 말한다(Autism Speaks)’의 데이비드 키튼 성인 자폐인 담당 국장은 “초기 ASD 옹호 단체가 자폐아에 치중하느라 수백만 명의 자폐 성인을 대변하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인 자폐인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면서 의미 있는 공동체 통합, 이해, 수용이 이뤄지면서 미디어에서 성인 자폐인 노출이 늘어나고 자폐인에 대한 평생 지원으로 이어질 추가적 자원개발로 이어지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연구진은 이런 개선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문제는 상존한다고 밝혔다. 대중문화에서 자폐 성인의 비중이 늘긴 했지만 많은 경우 어린이 같은 맥락에서 묘사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성인 자폐인에 대해 다룬 2020년 뉴스 기사 중 약 3분의 1은 자폐인이 아니라 그 부모에 초점을 뒀다. 그런 점에서 자폐 성인인 우영우(박은빈 분)의 감정과 생각에 초점을 맞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진가가 재확인된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liebertpub.com/doi/10.1089/aut.2022.0014)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