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제가 코로나19 사망 위험 낮춘다?

전문가들 ‘제2의 몰누피라비르’ 될 수 있다며 반신반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항암치료제로 개발된 신약이 놀라운 코로나19 치료효과를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소규모 임상시험에서 사망위험을 절반 넘게 줄였다고 보고됐는데 전문가들은 확대해석하기엔 이르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6일(현지시간)《뉴잉글랜드저널(NEJM) 증거》에 발표된 미국 제약회사 베루의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을 토대로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한 내용이다.

사비자불린(sabizabulin)으로 불리는 이 약은 세포 내 한 부분에서 다른 부분으로 물질을 이동시키는 분자케이블인 미세관(microtube)의 형성을 차단한다. 암세포는 이 미세관에 의존해 빠르게 성장하기 때문에 이를 차단하면 암세포의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는 아이디어로 미국 테네시대 연구진이 개발한 신약이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자 테네시대 연구진은 사비자불린이 세포 내 미세관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코로나바이러스의 복제를 차단하는 한편 폐의 염증과 싸울 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세포실험에 착수했다. 폐의 염증은 폐세포가 바이러스에 감염됐음을 알리는 경보신호 단백질을 방출하는 면역반응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신호단백질이 미세관을 통해 전달된다.

쥐 세포에 대한 실험에서 사비자불린이 이러한 경보 신호를 억제한다는 것이 관측됐다. 베루는 몇 달 후 알약으로 복용하는 사비자불린에 대한 임상시험을 시작해 2021년 5월 마지막 단계의 3상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베루의 연구진은 코로나로 병원에 입원해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거나 고혈압, 고령, 비만과 같은 위험 인자로 사망위험이 높은 임상시험 참가자 134명을 모집했다. 연구진은 64명에겐 사비자불린을, 70명에겐 위약을 투약했다. 동시에 코로나19 사망위험을 3분의 1로 줄여준다고 알려진 스테로이드제인 덱사메타손 같은 다른 약물의 복용도 허용했다.

60일 뒤 두 그룹의 사망률은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위약그룹의 45,1%가 사망한 반면 사비자불린 투약그룹의 사망률은 20.2%였다. 사망 위험이 55.2% 더 낮게 나타난 것이다.

베루는 이 임상시험 결과를 토대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긴급사용 허가를 신청했다. 전문가들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이다. 캐나다 앨버타대의 일란 슈워츠 교수(감염병)는 임상시험의 규모가 너무 작은 점이 아쉽지만 “사망률을 줄일 수 있는 치료법이라면 환영”이라고 밝혔다. 반면 미국 미네소타대의 데이비드 불웨어 교수(감염병)는 위약그룹의 사망률이 45%로 상대적으로 너무 높다는 점이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바리시티닙이라고 불리는 관절염 치료제를 코로나19 환자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실시했을 때 515명에게 바리시티닙을 투약하고 518명의 대조그룹에게는 위약을 투약했는데 당시 위약 그룹의 사망률은 7.8%였다.

베루는 올해 4월 임상시험을 중단하며 약효를 입증할 만큼 뚜렷한 통계차이가 발생한데다 위약그룹의 사망률이 너무 높기에 계속 위약을 투약하는 것이 비인도적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불웨어 교수는 임상시험을 조기 중단할 수밖에 없는 윤리적 상황을 인정하면서도 임상시험이 더 오래 진행됐더라면 약물의 혜택이 더 미온적으로 나타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는 “임상시험이 일찍 중단될 경우엔 그 약효가 과대평가되기 쉽다"면서 사비자불린이 머크사가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와 비슷한 운명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코로나19 먹는 치료제였던 몰누피나비르는 초기 임상시험에선 입원율을 50%까지 줄여 각광을 받았지만 최종적 입원 예방율이 30%대로 떨어지면서 화이자의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와 경쟁에서 밀려났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evidence.nejm.org/doi/10.1056/EVIDoa2200145)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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