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줄 알면서도… 왜 공포영화를 볼까?
공포는 자극제이자 즐거움
공포영화의 계절이 돌아왔다. 실제로 무서운 것을 보면 오싹하게 느끼기 때문에 영화계에 ‘공포영화=여름’ 공식이 성립된 지 오래다. 우리 몸은 공포감을 느끼면 교감신경이 흥분되면서 땀샘이 자극돼 식은땀이 난다. 공포감으로 체온이 올라가면서 외부 기온이 실제보다 더 차갑게 느껴지기도 한다.
공포를 느끼면 뇌의 편도체가 경고 신호를 온몸에 보낸다. 이에 따라 아드레날린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필요 없는 대사과정은 생략된다. 여차하면 몸을 움직이기 위해 소화기관에서 근육으로 피가 쏠리며 이에 따라 소화기관은 잠시 활동을 멈춘다. 호흡이 가빠지고 심장이 뛰며 혈압이 올라가는 것도 신속한 몸동작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온 몸이 최고 경계 상태로 바뀌는 것이다. 등골이 오싹해진다는 느낌은 이런 신체 변화에 따른 것이다.
두려움과 즐거움은 가까운 감정?
즐거움을 쫓고 고통을 피하는 게 인간의 기본 욕구다. 왜 하필이면 무서운 공포영화를 보면서 소름끼침, 혐오감 같은 부정적 기분을 맛보려 할까?
사람들이 공포물을 좋아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이론에는 두 가지가 존재했다. 하나는 두려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영화를 통해 흥분을 느끼기 위해 본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공포영화가 끝남과 동시에 찾아오는 안정감과 행복감을 맛보기 위해 공포물을 찾는다는 해석이다. 다른 해석도 있다. ‘두렵다’와 ‘재미있다’는 감정은 정반대인 것 같지만 사실 사람 마음 속에서는 이 두 감정이 아주 가깝다는 것이다.
《소비자 연구 저널(Journal of Consumer Research)》에 실린 한 이론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기분 좋은 감정과 불쾌한 감정을 동시에 느끼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공포 영화를 보는 사람은 좋지 않은 감정을 느끼기 때문에 행복하다. 특정 사건 가운데에서 기쁨이 최고조에 이르는 순간은 두려움을 가장 크게 느낄 때라는 주장이다.
공포가 특별한 자극 경험제가 되기도
‘공포에 맞서 보는 경험’의 의미도 일상과 다른 자극을 경험하기 위해 공포영화를 본다는 해석도 있다. 공포는 특별한 자극을 경험할 수 있는 감정 상태를 몰고 온다. 일상에서 벗어나는 쉬운 방법으로 더 강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현대인은 찾기 때문에 공포영화는 가장 보편적인 자극제가 될 수 있다.
공포에 맞서 보는 경험에 공포영화의 의미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심한 공포감을 갖고 있는 일부 사람들은 공포를 이겨내기 위해 역공포 반응(counter-phobic reaction)을 이용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이는 공포감을 떨치기 위해 오히려 공포물을 적극적으로 찾아가 대항하는 자세로 표현된다. 어떤 대상에 대해 깊숙이 깔려 있는 무서움과 두려움을, 공포 대상을 찾아 직접 부딪힘으로써 표출해 내려는 심리가 공포영화를 찾는 심리의 바탕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