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취 비슷한 사람끼리 더 친해진다
비슷한 체취를 풍기는 사람끼리 금방 친해지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소규모 실험에 근거했지만 인간의 상호작용에 후각도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연구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사이언스 어드밴스》에 발표된 이스라엘 바이츠만 과학 연구소의 논문을 토대로 미국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24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연구진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모집한 20쌍의 친구를 대상으로 소규모 실험을 진행했다. 모두 우연히 만나서 친구가 된 사람들이었다. 연구진은 이들에게 제공된 비누만 사용하게 하고 다른 비누나 방향제를 쓰지 않게 했다. 또 이틀 연속 연구진이 제공한 티셔츠만 입게 한 뒤 각각의 체취를 수집해 ‘전자 코’를 통해 냄새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친구 사이의 체취 또는 화학성분이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또 서로를 모르는 17명의 체취를 동일한 과정을 거쳐 전자 코로 분석한 뒤 비언어게임을 통해 이들을 어울리게 한 뒤 어떤 사람을 선호하는지를 조사했다. 이들의 선호도는 전자코가 예측한 선호도와 71%가 일치했다. 70% 확률로 체취의 비슷하면 친근감을 보이고 다르면 거부감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후각정보에 의지해 평생의 친구를 선택한다는 뜻이 아니다. “하지만 우정을 형성하는 데 후각도 일정한 기여를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미국 모넬화학감각센터의 발렌티나 파르마 연구원은 설명했다. 인간의 상호작용에서 시각과 청각에 비해 후각의 중요성은 크게 조명되지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인식하는 것보다 후각이 인간적 유대감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 그는 대표적 사례가 시각이 덜 발달한 신생아들이 생모의 체취와 모유를 선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성 간의 로맨틱한 관계에서도 향수 못지않게 서로의 체취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후각이 인간적 유대 형성에 일정 역할을 하게 되는 걸까? 이번 논문의 제1저자인 바이츠만과학연구소의 인발 라브레비 박사후연구원은 유전자 구성, 특히 면역 기능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다른 사람의 체취와 우리 자신의 체취를 비교해 유전적 유사성에 대한 징후적 정보를 토대로 친근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유전적 구성이 비슷한 친구를 서로 돕게 되면 우리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는데 도움이 된다는 진화적인 이점이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 우정 형성에서 후각이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하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라브레비 연구원은 “체취 유사성이 처음 누군가에게 접근하거나 회피하는데 있어선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번 발견은 냄새에 기초한 치료법, 예를 들어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서 보이는 사회적 장애를 완화하는 데 체취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게 해준다고 파르마 연구원은 강조했다. 자폐증을 가진 아이들이 어머니의 체취에 노출될 때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더 잘 따라 할 수 있음을 뒷받침해 준다는 설명이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adv.abn0154)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