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로 진로·질병까지 예측할 수 있을까?
"이 정도면 과학 아닌가요?"
MBTI 검사 '신봉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너도 나도 MBTI 검사를 하는 세상이다. P가 숙제를 미루는 이유, I가 회식에 참여하면 기운 빠지는 이유...모든 것을 MBTI가 설명해준다. MZ세대는 물론 많은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는 도구로 MBTI를 사용한다. 입사지원서에 MBTI를 기입하도록 하는 기업도 있다.
MBTI란 도대체 뭘까, 실제 성격을 대변할까, 정신의학적으로 의미가 있을까. 이런 의문들에 대해 알아보자.
◆ MBTI란
MBTI는 ▲외향형(E)과 내향형(I) ▲감각형(S)과 직관형(N) ▲사고형(T)과 감정형(F) ▲판단형(J)과 인식형(P) 등 4가지 분류 기준을 조합해 성격을 16가지 유형으로 나눈 검사다. 칼 융의 심리 유형론을 근거로 1944년 미국의 작가 캐서린 쿡 브릭스와 딸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가 고안했다. MBTI는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Myers-Briggs Type Indicator)의 약자다. 국내에 1988~1990년 도입됐다. 도입 30년 만에 크게 유행하고 있다.
MBTI 중에서도 인기 유형과 기피 유형이 생겼다. INFP는 잔다르크형, ENTJ는 지도자형으로 유명하다. 대표적 내향형 성격에 타인의 눈치를 많이 보는 INFJ는 정신질환에 취약한 유형으로 알려졌다.
내향성을 나타내는 ‘I’ 유형일수록 구강점막질환에 잘 걸린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E 유형은 에너지와 관심을 주로 대인관계에 쏟지만 I 유형은 자기자신에게 쏟고 부정적인 감정도 혼자 참는다. 스트레스가 자율신경계와 면역계에 영양을 미쳐 자극에 민감한 구강점막질환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I 유형은 소극적인 태도로 방치해 조기치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 MBTI가 실제 성격을 대변할까?
MBTI 유형으로 상대방의 성격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입사 지원자를 선별할 수 있을까. 심지어 이것으로 궁합까지 본다는 말이 돌기도 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오주영 교수는 “MBTI로 분류할 수 있는 성격이 16가지밖에 안된다"면서 "많은 사람의 다양한 성격을 제대로 구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 MBTI에서 구분하는 양쪽의 성격 특성 중 한쪽으로 극단적으로 치우치지 않고 둘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자가 검사의 특성상 한계도 있다. 자기 자신을 정확히 판단하지 못하면 실제 성격과 다른 결과가 나오기 쉽고 검사를 진행할 당시의 상황이나 기분 변화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과학적 엄밀성을 갖고 있지는 않아 MBTI 유형으로 성격을 진단하기엔 무리라는 뜻이다.
◆ 정신과에서도 MBTI를 신뢰할까?
대부분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현장에서는 MBTI 검사를 활용하지 않는다. 치료가 필요한 성격 문제를 DSM-5(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 진단 기준에 기반해 판단한다. A군(편집성, 조현성, 조현형), B군(히스테리성, 자기애성, 반사회성, 경계성), C군(강박성, 회피성, 의존성) 등으로 분류해 이에 맞춰 치료한다.
환자들의 다양한 정신 병리에 대해 효과적으로 진단하기 위해 MMPI(미네소타 다면적 인성검사)도 많이 활용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객관적 심리 검사로 알려져 있다. 타고난 기질과 후천적으로 형성된 성격을 구분해 측정하는 TCI(기질 및 성격 검사) 검사, 5가지 측면의 성격 요소에 대해 평가하는 BFI(Big 5 Inventory) 척도도 있다.
오 교수는 “MBTI 검사로 판단하는 성격 유형에 좋은 성격, 나쁜 성격이 있지 않고 병적인 부분을 판단하는 검사가 아니어서 진료현장에서 많이 쓰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MBTI 결과를 맹신해 상대방에 대해 선입견을 갖거나 쉽게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다른 사람과 소통하기 위한 도구, 자신의 성격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참고 자료로만 활용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