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가 환자에게 진통제 택배 보내면 위법?
[서상수의 의료&법] 약사의 의약품 택배 판매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약사 A씨는 전화로 환자와 상담한 뒤 환자에게 의약품을 택배로 배송하여 판매했다. 이러한 A씨의 의약품 판매는 적법한 것일까?
약사법 제50조 제1항은 “약국개설자 및 의약품판매업자는 그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시장·군수·구청장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같은 법 제94조 제1항 제8호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위 약사법 규정에 따라 A씨는 형사재판을 받았다.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뒤 항소심에서 약사법 제50조 제1항이 직업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며 죄형법정주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는 등의 이유로 위헌소원을 제기했다.
헌법재판소는 그러나 이 조항에 대해 합헌결정을 했다. 의약품의 판매장소를 약국 내로 제한하는 것은 약사가 환자를 직접 대면해 충실한 복약지도를 할 수 있게 하고, 보관과 유통과정에서 의약품이 변질·오염될 가능성을 차단하며, 중간 과정 없는 의약품의 직접 전달을 통하여 약화사고시의 책임소재를 분명하게 함으로써 국민보건을 향상·증진시킨다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라는 설명이었다.
헌재는 2012년 안전상비의약품의 약국외 판매제도가 시행됐고, 최근에는 코로나 19 팬데믹 사태로 인하여 의사·환자간 비대면 진료·처방이 한시적으로 허용되었지만, 의약품 판매는 국민의 건강과 직접 관련된 보건의료 분야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의약품의 판매장소를 약국으로 제한하는 것은 여전히 불가피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영진 재판관은 의약품 중 일반의약품의 경우 오남용 우려가 적고, 의사·치과의사의 처방이 필요 없으며, 약사의 복약지도 역시 필수적이지 않으므로, 전문의약품과 달리 약국외 판매를 허용하는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은 침해 최소성원칙을 유명무실화하는 것으로 반대의견이 설득력이 더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구체적인 의약품에 따라 위험성, 대면 복약지도의 필요성 등을 평가하여 분류하고, 배송기간이나 포장방법의 규제 등을 통해 유통과정에서 변질·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배송판매도 판매자에게 엄격한 책임의 귀속을 명시하는 등의 방안으로 일반의약품이 법정 요건을 충족하면 배송판매를 개별적으로 허용할 입법권고를 내렸어야 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웃 일본은 10여 년 전에 이미 인터넷의 약 판매와 택배를 허용하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고, 미국에선 아마존이 온라인으로 약을 판매하는 실정인데, 그 나라에선 국민 건강을 무시해서 그것이 가능하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설령 그런 점이 우려돼도 모든 약을 약국에서만 팔아야 한다는 것은 과도하다. 어떤 약도 약국 밖에서 판매할 수 없다는 결정은 맞춤형 건강관리시대로 가는 세계적 흐름에 한참 뒤떨어져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