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적인 사람, 타인의 감정에도 민감하다
상상력 없이 무미건조한 생각으로 하루를 보내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다채로운 생각에 심취하는 사람도 있다. ‘성격 및 사회심리학저널(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실린 논문이 이 같은 사고의 차이가 가져오는 효과를 확인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은유적인 표현을 선호하는 사람은 직접적인 화법을 사용하는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다른 사람과 교감하는 방식에 있어 차이가 있다.
은유법은 감정이나 시간처럼 모호하고 흐릿한 개념을 보다 선명하고 생동감 있는 표현으로 구체화하는 방법이다. 물론 은유법이 가진 총천연색의 다채로운 표현이 모든 사람의 기호에 맞는 것은 아니다. 또 일상생활에서 굳이 이 같은 표현을 사용해야 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연구팀은 은유법이 가진 긍정적인 기능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연구를 진행한 독일 라이프니츠연구소 연구팀은 실험참가자 132명을 대상으로 사실적 설명과 은유적 표현 중 선호하는 것을 택하도록 했다. 예를 들면 “그녀는 합리적인 결정을 내렸다”와 “그녀는 머리를 이리저리 굴렸다”는 표현 중 더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도록 한 것이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에게 자유로운 글쓰기를 통해 그들이 평소 얼마나 은유적인 구절을 많이 사용하는지도 확인했다. 그 결과, 은유적인 표현을 선호하는 학생과 설명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학생 사이에 차이점이 발견됐다.
이 연구는 지적 능력이나 상상력 등을 평가하는 실험은 아니다. 실험참가자들의 능력을 평가한다기보다 그들의 평소 사고방식이 기분 등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한 실험이라고 볼 수 있다.
우선 앞선 선행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중립적인 의미가 담긴 단어를 검은색으로 적었을 때보다 흰색으로 적었을 때 좀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흰색이라는 밝은 색깔에 ‘긍정성’이라는 은유를 담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험에 따르면 실질적으로 은유적인 표현을 많이 사용하는 학생일수록 검은색 글씨보다 흰색 글씨로 적은 단어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즉 색깔을 은유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했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또 다른 실험을 통해 다른 사람의 감정을 판단하는 실험참가자들의 능력을 평가했다. 가령 어떤 사람이 현재 괴로운 일을 경험하고 있는 상태일 때, 이 사람의 기분이 어떨지 묻는 방식이다.
그 결과, 은유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일수록 상대방의 감정에 함께 괴로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은유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의 감정을 좀 더 간파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추가적인 실험에서는 실험참가자 50명을 대상으로 일주일간 매일 그들의 부정적인 감정을 5분간 기록하도록 했다. 한 팀은 “불안하고 초조하다”처럼 설명적인 표현, 또 한 팀은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 같다”는 은유적인 표현을 쓰도록 했다.
그 결과, 은유적인 표현을 사용한 팀이 좀 더 부정적인 감정이 완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은유적인 표현이 어떻게 사람의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지 그 원인은 아직 불분명하지만, 분명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