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도구 속 '이것' 중년 여성 고혈압 부른다 (연구)
자연상태에서 분해되지 않고 잔류한다고 하여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리는 과불화화합물(PFAS‧per- and polyfluoroalkyl substances)이 체내 축적된 중년여성이 고혈압에 더 취약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혈액 속에 7가지 종류의 PFAS 잔류량이 많은 45~56세 여성은 그 수치가 가장 낮은 여성보다 고혈압에 걸릴 확률이 71% 높게 조사됐다. 13일(현지시간) 미국심장협회(AHA) 학술지《고혈압》에 발표된 미국 미시건대 박성균 교수(역학 및 환경보건과학)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미국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보도한 내용이다.
PFAS는 물, 토양, 공기, 음식에서 고루 발견되며 샴푸, 치실, 화장품, 끈적임 없는 조리도구, 식품 포장, 의류 같은 일상 생활용품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연구 책임자인 박성균 교수는 “비만, 스트레스, 흡연이 고혈압의 잘 알려진 위험 요소이지만 PFAS는 광범위하게 퍼져 있고 거의 모든 사람이 노출돼 있다는 점에서 이들 요소만큼 또는 심지어 더 중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PFAS가 심혈관 건강을 해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는 전에도 있었다. 심장질환의 위험과 높은 콜레스테롤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 정확히 어떻게 PFAS가 혈압에 영향을 미치는지 아직 완전히 이해되지는 않았다. 박 교수는 “PFAS는 지방의 구성요소와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신체의 신진대사와 혈압 조절의 작용을 방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 연구진은 정상 혈압을 가진 1058명의 미국 중년여성에게서 7종류의 PFAS의 혈중 수치를 조사했다. 1999년~2017년 매년 다른 여성들을 보충해 연인원 1만1772명의 여성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이 기간 동안 470명의 여성이 고혈압에 걸렸다.
연구 결과 7가지 PFAS 성분의 조합이 고혈압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가지 특정 PFAS의 농도가 높은 여성이 고혈압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퍼플루오로옥탄술폰산(PFOS) 또는 아세트산(PFOS의 전구체인 EtFOSA)의 혈중 농도가 가장 높은 여성의 고혈압 발생 확률은 가장 낮은 여성에 비해 42% 높았다. 또 퍼플루오로옥탄산(PFOA)의 혈중 농도가 가장 높은 여성의 고혈압 발생 확률은 가장 낮은 여성에 비해 47% 높았다.
이번 연구는 중년 여성만 포함됐다. 남성과 다른 연령대 여성에게도 비슷한 결과가 적용되는지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저자들은 밝혔다. 박 교수는 “하수도로 PFAS 배출을 막고 소비자 제품에 대한 PFAS 사용을 규제하는 정책으로 PFAS에 대한 노출을 막으면 고혈압과 다른 건강 상태에 대한 잠재적 예방 이점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AHA 대변인인 니에카 골드버그 뉴욕대 그로스만의학대학원 교수는 고혈압의 원인으로 알려진 높은 염분섭취, 가족력, 비만과 같은 위험요소를 갖지 않은 여성이 고혈압에 걸릴 경우 PFAS 노출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혈압은 심장마비, 뇌졸중, 신장병, 눈병, 심부전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며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끈적거리지 않는 요리도구는 편리하지만 그 코팅성분이 높은 열에서 분해될 수 있으므로 불편하더라도 스테인리스나 세라믹 조리기를 쓰는 것이 좋다. 개인 미용 및 위생 제품을 선택할 때 라벨을 주의 깊게 읽고 PFAS가 없는 제품을 고르는 습관을 들여라.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ahajournals.org/doi/10.1161/HYPERTENSIONAHA.121.18809)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