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도 나이와 함께 유동적으로 변한다
성격은 다 큰 어른의 신발사이즈나 키처럼 바꾸고 싶어도 바꿀 수 없는 것으로 간주된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체중이나 허리사이즈처럼 유동적인 성질이 있다고 보는 것이 보다 타당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사람의 성격은 나이와 함께 변한다는 것이다. 뉴질랜드 오클랜드대학교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성격은 일생동안 변화하는데, 중년기에 가장 안정적인 상태를 보이고 그 전후로는 좀 더 불안정하게 변화하는 성질이 있다. 이는 인생의 각 단계에서 경험하는 사회적 혹은 생물학적인 압박과 연관이 있다.
독일 프리드리히실러대학교 심리학과 연구팀이 성격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두 가지 요인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요인이 서로 상호 영향을 미치는 관계에 있다는 점도 발견했다.
인생의 초창기부터 중반기에 이르기까지 ‘외로움’과 ‘건강함’이라는 두 요인이 성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외로움을 타고, 건강하다는 생각이 줄어들게 되는데 이로 인해 성격도 변하게 된다. 또 이처럼 변한 성격의 영향을 받아 또 다시 외로움을 느끼고 건강이 나빠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다.
연구팀은 1995년 평균연령이 24살인 건강한 젊은 성인 661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외로움과 주관적인 건강상태를 파악했다. 그리고 그들의 평균연령이 40세가 된 시점인 2010년 이 중 271명을 추적 관찰했다. 주관적인 건강상태는 설문조사를 통한 실험참가자들의 답변을 바탕으로 했다.
이 설문조사 데이터에 따르면 실험이 진행된 15년 동안 실험참가자들의 외로움은 점점 커졌고, 건강하다는 생각은 줄어들었다.
또 젊었을 때의 성격과 중년에 이르렀을 때의 성격 사이에 상관관계도 확인됐다. 20대에 신경질적인 성질이 두드러졌던 사람들은 중년에 이르러 외로움을 많이 타는 경향을 보였다. 그런데 반대로 20대에 외로움을 많이 느꼈다거나 자신이 건강하지 못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중년에 이르러 신경질적인 성질이 나타났다. 외로움과 신경질적인 성질이 서로 쌍방향적인 역학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외로움이나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어떻게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걸까. 연구팀은 외로움을 느끼거나 건강상태가 나빠지면 신체적 혹은 사회적으로 무기력해지기 때문에 성격이 변화할 것으로 추측했다. ‘우리가 누구인가’하는 것은 이 두 가지의 혼합된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하지만 이 연구는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초창기 실험참가자들이 대거 누락됐다는 점에서 문제점이 지적된다. 또 실험기간동안 각 개인의 성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만한 사건이나 사고들을 조사하지 않았다는 점 역시 한계로 지적된다. 연구는 ‘성격저널(Journal of Personality)’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