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B군을 먹어도 계속 피곤하다면
[노윤정 약사의 건강교실]
비타민B군. 비타민B1, 비타민B2, 비타민B3 등 8종류의 비타민B를 통칭하는 말이다. 개별적인 생리적 기능은 다르지만, 비타민B군은 대개 우리가 음식으로 얻은 3대 영양소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데 필요하다. 그래서 비타민B군은 대표적인 피로 관리 성분으로서 자양 강장 음료 및 각종 영양제에 활용된다.
집중적인 피로 관리를 원할 땐 비타민B군만 고함량 함유된 영양제를 선택하기도 한다. 몇 년 전부터 약국의 일반의약품을 중심으로 고함량 비타민B군 영양제 시장이 활성화되는 것 역시 이러한 경향을 반영한다.
비타민B군을 섭취해도 해소되지 않는 피로가 있다. 이럴 땐 무엇을 선택하면 좋을까?
◆ 월경량이 많은 여성의 피로 관리에 좋은 ‘철분’
철분은 온몸 구석구석 산소를 전달하는 적혈구 헤모글로빈의 구성 성분이다. 따라서 철분이 부족하면 혈액 중 헤모글로빈 수치가 낮아져 산소 전달 부족으로 피로감이 증가할 수 있다. 이럴 땐 영양소 대사를 돕는 비타민B군을 열심히 섭취해도 피로가 잘 개선되지 않는다. 특히 월경량이 많고 월경 주기가 길어서 철분 소모량이 많은 여성이라면 더욱 그렇다.
여자 성인은 혈액검사에서 헤모글로빈 수치가 12g/dL, 임산부는 11g/dL 미만인 경우를 빈혈로 정의한다. 최근 혈액검사에서 헤모글로빈 수치가 이보다 낮고, 평소에 피로와 함께 가슴 두근거림, 두통, 손발 저림, 어지러움 등을 경험하는 여성이라면 적정량 철분 섭취가 피로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철분 결핍으로 인한 피로는 대개 철분 보충제 섭취 후 일주일 내외로 개선된다.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에 따르면, 성인 여성의 철분 상한 섭취량은 45 mg 이므로, 피로 관리 목적의 철분은 하루에 30 mg 내외로 섭취할 것을 권장한다. 만일, 헤모글로빈 수치가 정상 범위를 벗어나서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전문가와 상담 후 고용량 철분을 3~6개월 정도 섭취해야 한다.
◆ 중년의 피로 관리에 도움 되는 ‘코엔자임큐텐’
코엔자임큐텐은 우리 몸에서 생성되는 항산화 물질이자, 에너지 생성과정에 필수적인 조효소다. 나이가 들면 코엔자임큐텐의 체내 생성량이 감소하면서 세포의 손상이 증가하고 에너지 생성기능이 약해지며 피로감이 증가할 수 있다. 특히, 혈압이나 이상지질혈증 등으로 처방 의약품을 복용하기 시작한 중년이라면 더욱 그럴 수 있다. 혈압과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기 위해 사용되는 일부 약들이 코엔자임큐텐의 생성량을 줄이거나 소모량을 증가시키는 데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또 항산화제로서 작용하던 코엔자임큐텐 감소로 산화적 스트레스가 증가하면 에너지 공장인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으로 근육의 에너지가 줄어 근육의 수축력이 떨어질 수 있다. 동일한 운동량에도 중년에 접어들며 피로감을 더 많이 느끼는 사람이라면 코엔자임큐텐이 도움 될 수 있다. 단, 체중감소나 무기력함 등 다른 증상이 동반된 중년의 피로라면 건강의 적신호일 수 있어 전문가와 정확한 상태를 확인 후 영양제를 섭취해야 한다.
◆ 강도 높은 운동 후 피로 관리에 도움 되는 ‘시트룰린’
‘시트룰린’은 아미노산의 한 종류로, 체내에서 단백질의 대사산물인 암모니아를 무독성 요소로 배출하는 데 작용한다. 암모니아는 운동 후 피로의 주요 원인으로서, ‘시트룰린’을 섭취하면 암모니아의 배출이 원활해지며 운동 후 피로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시트룰린’은 체내에서 ‘아르기닌’으로 전환되어 혈행 개선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 ‘아르기닌’은 혈관을 확장시키는 ‘산화질소’의 합성 원료로 활용되기 때문에 적정량의 ‘아르기닌’ 섭취는 혈관 이완을 통한 혈행 개선으로 피로 관리에 도움을 준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에는 ‘아르기닌’과 ‘시트룰린’이 함께 섞인 제품도 많이 판매되고 있다. 만일, 체격을 키우기 위한 목적으로 단백질 섭취량과 운동량을 함께 늘리면서 피로감이 심해졌다면 ‘시트룰린’ 섭취가 도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