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원숭이두창(고위험군) 백신접종 국가 증가
감염병인 원숭이두창이 확산하고 있는 유럽에서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사람이나 이들을 치료하는 의료진들이 주요 대상이다.
풍토병으로 자리잡은 아프리카를 제외하고 원숭이두창이 가장 먼저 발생한 영국은 이미 밀접 접촉자와 의료진에게 백신을 제공하고 있다. 프랑스·덴마크도 감염자와 접촉한 성인과 의료진에게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스페인 보건당국도 9일(현지시간) 확진지와 밀접 접촉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스페인 내 확진자는 240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스페인 보건부는 이날 원숭이두창 백신이 부족한 상태여서 밀접 접촉자나 중증 질환 고위험군만 접종이 가능하다고 했다.
원숭이두창 전용 백신이 없어 사람두창(천연두) 예방용인 임바넥스(Imvanex) 백신을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EU)은 원숭이두창에도 효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임바넥스백신의 사용을 승인한 상태다. 이 백신은 바이러스와 접촉했더라도 특정 조건을 갖추면 감염을 막을 수 있다. 스페인은 EU를 통해 백신 추가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130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온 독일도 고위험군에 대해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독일 보건당국은 원숭이두창 백신 공급이 현재 원활하지 않다며 밀접 접촉자에 한해 우선 접종을 한다는 방침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8일 원숭이두창을 코로나19와 같은 2급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하는 등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백신 접종은 현재로선 검토하지 않고 있다. 해외 여행국들을 대상으로 공항 등에서 관리를 강화하고 있지만 감염자와 밀접 접촉한 사람도 없는 상황이다.
방역당국은 원숭이두창의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해 검사 체계도 확대하고 있다. 원숭이두창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사람두창 백신 3502만 명분을 비축하고 있지만 3세대 백신 확보도 추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원숭이두창에 4일 이내 노출된 경우에 한해 접종 시 감염 예방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3세대 백신인 진네오스는 피하 주사로 28일 간격을 두고 두 번만 맞으면 되지만, 사람두창 백신은 특수 바늘을 이용해 표피에 상처를 낸 뒤 균을 주입하는 방식으로 접종 방법이 복잡하다.
최근 해외여행 증가 추세와 최장 21일이 걸리는 비교적 긴 잠복기를 감안하면 우리나라에 유입될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걸리는 감염병인 원숭이두탕은 1950년대 아프리카 원숭이에서 처음 발견돼 이런 이름이 붙었지만 쥐나 다람쥐 등 설치류에 퍼지다가 인간에게까지 옮겨졌다.
원숭이두창은 온몸에 물집이 생기고 열이 나는 등 증상이 두창과 비슷하지만 전염성과 중증도는 낮은 편이다. 감염 부위와 접촉하거나 체액, 침방울, 성 접촉에 통해 전파될 수 있다. 증상으로는 발열, 오한, 두통, 림프절 부종, 수포성 발진 등이 나타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피부에 발진이 나타날 때가 전염성이 가장 강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