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도 업무 대기 상태면 몸엔 무슨 일이?
출근할 필요가 없는 주말, 회사가 아닌 집에 있는데도 일에서 벗어난 기분이 들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위시한 기술발전 덕에 상사, 동료, 거래처, 고객 등으로부터 언제든 연락받을 수 있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처럼 주말이지만 쉬는 날이라기보다 일의 연장선상에 있는 평일 같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기분 상태가 개인의 정신과 신체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독일 함부르크대학교 연구팀에 따르면 직장인들의 휴식시간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휴식을 취하는 동안에도 업무를 하게 될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 근무 상태다. 그리고 또 하나는 업무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온전하게 휴식을 취하는 상태다.
연구팀이 이 두 유형의 휴식시간을 비교해본 결과, 업무 대기 상태의 휴식시간을 취하는 근로자들은 풀이 죽은 것 같은 기분상태를 유지했고, 신체적으로는 생리장애의 지표가 늘어나는 결과를 보였다.
이 연구는 IT 기술자, 운송 담당자 등 몇몇 직업군에 속한 실험참가자 132명을 대상으로 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갑작스러운 기술적 결함으로 인한 비상상황, 고객의 예기치 못한 요청 등으로 휴식시간이 업무 대기상태가 되는 상황을 종종 경험해왔다.
실험참가자들은 연구가 진행되는 동안 자신의 기분 상태를 일기로 기록했다. 일기 기록에 따르면 업무 가능성이 있는 휴일은 그렇지 않은 휴일보다 실험참가자들의 피로도 및 긴장도를 높였다.
이는 업무량이나 업무강도가 높을 때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었다. 휴식시간을 방해하는 요인이 비교적 단순하고 가벼운 일일지라도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실험참가자 중 51명은 일기 정보 공개와 더불어 코르티솔 수치를 생리학적인 데이터로 제공했다. 코르티솔은 스트레스의 생리학적 지표가 되는 호르몬이다. 이 데이터에 따르면 온전한 휴식을 취할 때보다 업무 가능성이 있는 휴식시간 실험참가자들의 코르티솔 수치가 높았다. 스트레스가 높다는 것은 그 만큼 질병에 걸릴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의미다.
업무시간과 휴식시간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진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연구팀은 이런 업무방식이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건강상태를 나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연구는 ‘근로자건강심리학저널(Journal of Occupational Health Psychology)’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