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만 걸음 걷기, 꼭 해야 할까?
걷기는 운동 강도가 약해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이다. 실천하기에 용이하고 따로 비용이 들지도 않는다.
이를 닦거나 세수하는 것처럼 일상이 되면 심장병 등 질환 발병 위험이 줄고, 정신건강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하루에 얼마나 걸어야 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걸음 수는 1만보인 만큼, 이를 목표로 걷기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전문가들은 어떨까? 1만보 걷기가 최적의 운동량이라고 생각할까?
사실상 1만보 걷기는 만보계를 개발한 일본 기업에서 마케팅의 일환으로 1만보 걷기 캠페인을 벌이면서 시작됐다. 오늘날 1만보는 걷기 운동의 공식이 됐지만, 실질적으로 전문가들이 권장하는 운동량은 아니라는 것.
체중 감량이 목표인 사람은 1만보 걷기보다 섭취 칼로리를 제한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게 다수의 연구 결과다. 또, 건강 유지나 개선 목적으로도 1만보까지 걸을 필요는 없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건강을 위해 추천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운동 권장량은 중간 강도 운동 주 150분 이상이다. 천천히 산책하듯 걷는 것은 중간 강도 운동에 해당하지 않고, 땀이 날 정도로 빠르고 활기차게 걸어야 중간 강도 운동이 된다. 달리기처럼 운동 강도가 높을 땐 주 75분이면 된다.
단순히 1만 걸음을 걷는 것보다는 섭취 칼로리의 양과 운동 강도 등을 다각도로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
그렇다고 걸음 수를 세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은 아니다. "오늘은 5000걸음 이상 걷자"와 같은 목표가 운동을 하는 동기가 되는 사람들이 있다. 오늘 걷기로 한 목표치를 채우고, 점점 걸음 수를 늘려나가며 체력을 향상시킬 수도 있다. 걷기 운동을 통해 몸을 자주 움직이면 인지기능 향상, 기분 개선, 혈당 조절, 사망률 감소 등의 효과도 얻는다.
17만 5000명을 대상으로 한 메타분석 연구에 따르면 하루 1000보씩 걸음 수를 늘릴 때마다 다양한 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이 12%씩 감소했다. 이 연구에 의하면 하루 3000보를 걷는 사람은 1만 6000보를 걷는 사람보다 다양한 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이 300% 더 높았다. 1만보 걷기가 운동 표준은 아니지만, 부지런히 걸을 때 얻을 수 있는 건강상 혜택은 분명 존재한다는 것.
하버드 보건대학원 연구에서는 하루 7500보를 넘어서면 그때부터는 건강 증진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7000보가 가장 효율적인 운동량(sweet spot)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단, 이 역시 절대적인 기준은 아닌 만큼, 자신의 연령, 체력,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땀이 뻘뻘 나면서도 발목이나 무릎 관절 등에 통증이 생기지는 않는 수준의 걸음 수를 찾는 것이 가장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