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바꿈한 ‘유령심장’, 인체 이식 성공할까?

‘유령심장’에 인간의 심장줄기세포를 이식해 인간심장으로 전환시킨 뒤 이를 인체에 이식하는 기술이 임상시험을 앞두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포가 제거된 돼지 심장을 뜻하는 ‘유령심장’에 인간의 심장줄기세포를 이식해 인간심장으로 전환시킨 뒤 이를 인체에 이식하는 기술이 임상시험을 앞두고 있다고 CNN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리고 있는 건강의학 분야 행사인 ‘생명 그 자체 컨퍼런스(the Life Itself conference)’에서 도리스 테일러 전 텍사스 심장연구소 재생의학팀장의 강연을 소개한 보도였다. CNN은 이 행사를 공동 후원하고 있다.

2020년 은퇴한 테일러 박사는 이 날 강연에서 무균실에 있는 하얀 빛깔의 유령심장이 사람의 심장줄기세포를 주입하고 영양분을 공급하도록 개발된 로봇 밥(BAB‧Bio Assembly Bot)에 의해 분홍빛을 띠어가는 동영상을 보여줬다. 청중의 갈채가 쏟아지자 그는 “이제 우리는 여러분이 매우 아픈 응급 처치에서 계획된 절차로 심장 이식을 하는 개인화된 인간 심장을 만드는 것을 상상할 수 있게 됐다”며 “전 세계 남성, 여성, 어린이 사망률 1위인 심장병을 진정으로 치료하기 위한 첫 시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 기술은 (거부반응을 억제하는) 약물의 필요성을 없애고, 심장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세포를 사용함으로써 비용을 줄이며, 병원에 있는 시간도 줄여주기에 삶의 질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BAB의 수석개발자이자 유령심장 플랫폼을 설계하고 만드는 ‘어드밴스드 솔루션스(Advanced Solutions)의 마이클 골웨이 최고경영자(CEO) 겸 사장은 “무수한 좌절 앞에서도 그녀가 결코 포기하지 않았기에 이 기술이 현실화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테일러 박사의 대체 심장 만들기는 1998년 듀크대에서 심부전이 발생한 토끼의 심장에 세포를 주입해 새로운 심장 근육을 만드는 팀의 일원이었을 때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이를 인간 심장에 적용하는 것이 난관에 봉착했다. 심장의 손상 부위나 흉터에 세포를 이식해 제 기능을 하도록 하는데 있어 작은 성공과 실패가 되풀이 되자 그는 ’수리를 하는 것보다 아예 집을 다시 짓는 게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의 첫 성공은 2008년 그가 이끄는 미국 미네소타대 연구진이 쥐의 심장에서 세포를 다 제거하고 남은 반투명 토대를 연구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그는 곧 인간 심장과 해부학적 유사성을 지닌 돼지 심장으로 넘어갔다. “우리는 돼지의 심장을 떼내 부드러운 아기 샴푸로 모든 세포를 씻어냈습니다. 남은 것은 우리가 '유령 심장'이라고 부르는 반투명 틀인 세포외 기질(extracellular matrix)이었습니다. 우리는 혈관 세포를 주입했고 그것들이 몇 주 동안 기질에서 자라게 했습니다, 심장으로 가는 혈관을 다시 구축했기에 그것은 우리가 추가하려는 세포들의 영양분 공급이 가능해졌습니다.”

다음 단계는 미성숙한 줄기세포를 기질의 다른 부위에 주입하고 세포가 성장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우리는 심장박동기처럼 전기적으로 그들을 자극해야 했습니다. 처음엔 부드럽게 시작해 그들이 점점 더 강해지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먼저 한 곳의 세포가 경련을 일으키고 이어 다른 곳의 세포가 경련하지만 동시에 경련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들은 기질에서 서로 연결되기 시작하고 약 한 달이 지나면 심장으로 함께 뛰기 시작합니다. '와우!‘하는 순간이 오는 거죠."

이것이 심장 만들기의 끝이 아니다. 이제 그녀는 떠오르는 심장에 혈압을 주고 펌프질을 하게 해줌으로서 심장을 키워야 한다. “우리는 인공혈액으로 심실과 심방을 채우고, 심장세포가 그 혈액을 쥐어짜내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전기펌프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그들 세포는 죽고 맙니다.” 심장세포들은 인공 폐로부터 산소를 공급받기도 한다. 테일러 박사는 초기에는 이 모든 조치들을 24시간, 일주일에 7일 일일이 수작업으로 수행해야 했다. “심장은 매일 영양분이 공급돼 합니다. 또 전자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기 전까지는 크리스마스이건, 새해이건, 여러분의 생일이건 상관없이 계속 관찰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저와 함께 일해 온 분들의 수고가 필요했습니다.”

테일러 박사팀은 이런 수고에 대한 보상을 받았다고 했다. 바로 심장세포가 보여주는 아름다운 마법이었다. “우리는 심장 어디에나 같은 종류의 세포를 주입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좌심실을 들여다보면, 좌심실 심장세포를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가 우심실을 들여다보면, 거기엔 우심실 심장 세포가 생겨납니다. 그래서 시간이 흐르면서 그들은 자신들이 있는 곳을 기반으로 발전했고 함께 일하고 심장이 되기 위해 성장했습니다. 자연은 참 놀랍지 않나요?”

테일러 박사의 창조물이 살아나면서 그녀는 이식 목록에 있는 수천 명의 사람들을 위해 이런 심장을 대량으로 생산될 수 있는 날을 꿈꾸기 시작했다. “저는 우리가 만든 심장 조직의 1g당 10억 개의 심장 세포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었습니다. 성인의 심장이라면 최대 4000억 개의 세포가 필요합니다. 실험실에서 키운 심장은 100만 개 정도의 세포로만 작동하면 더 이상 분열되지 않습니다. 그럼 그 많은 세포는 어디서 오는 걸까요?”

그 해답은 2007년 일본의 줄기세포 연구가인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弥) 교토대 유도만능세포 (iPS) 연구소 소장에 의해 발견됐다. 인간의 성체 피부세포가 배아줄기세포나 만능줄기세포처럼 행동하도록 재프로그래밍될 수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그는 이 발견으로 201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고 유도만능줄기세포(iPS)는 ‘야마나카 요소’로 불리게 됐다. 테일러 박사는 이를 토대로 사람의 혈액, 골수, 피부에서 iPS를 채취해 심장세포로 배양시킬 수 있게 됐다. 테일러 박사는 "이제 처음으로 사람으로부터 혈액, 골수, 피부를 채취해 심장세포로 변할 수 있는 세포를 배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수백 억 개의 세포가 부족했고 그 기술 개발에 다시 10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해결책은 세포가 부착되고 영양을 공급받을 수 있는 수천 개의 미세한 구멍이 있는 벌집 모양의 섬유소였다. “섬유질은 커피 필터처럼 영양소를 흡수하고 세포는 주변의 모든 음식에 접근할 수 있으므로 훨씬 더 많은 수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일주일에 약 5000만 개의 세포에서 10억 개의 세포로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400억, 500억, 1000억개의 세포가 필요했기에 지난 몇 년 동안 그 세포의 수를 늘리는 것에 집중해 왔습니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이들 심장은 공정의 각 단계마다 오염물이 없는 깨끗한 환경을 필요로 했다. 개입이 필요할 때마다 테일러 연구진은 심장을 감염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위험을 무릅쓸 수밖에 없었다. “3500억 개의 세포를 손으로 주입하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아십니까? 그 과정에서 만약 당신이 무언가를 만진다면 심장전체의 오염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 심장들 중 하나에 어떤 일이 일어나면 우리 모두에게 파괴적 결과를 낳았습니다. 저는 이 과정을 통과하기 위해 감정적으로, 정신적으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제 심장을 튼튼하게 하는 법을 배워야 했습니다.”

그 해법이 밥(BAB)을 역시 어드밴스드 솔류션스에서 특별히 제조한 ‘철저한 무균실 요람’에 집어넣어 심장세포와 iPS를 주입하고 단계별로 심장을 운반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테일러 박사는 지난 10년간 밥이 공들여 키운 세포를 제대로 주입할 수 있도록 훈련시켰다. “테일러 박사가 세포를 주입할 때 주입할 위치, 주사기에 압력을 얼마나 가해야 하는지, 세포를 추가하는 최적의 속도를 알아내는데 몇 년의 세월이 필요했다”고 골웨이 사장은 설명했다.

테일러 박사는 2020년에 학계를 떠났고 현재 개인 투자자들과 함께 그녀의 창조물을 대중에게 선사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다가오는 임상시험에서 인간이식에 성공한다면 테일러 박사의 개인화된 하이브리드 심장은 세계적으로 수만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2021년 미국에서만 심장이식을 기다리는 사람이 3500명이 넘는다.

“당신의 몸에 맞는 심장을 찾는 것도 힘들지만 운 좋게 심장을 이식한다 해도 10년 뒤엔 또다른 심장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유령심장에 내 심장세포를 이식해 키워내면) 비용을 절감하고, 접근성을 높이고, 부작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만일 심장병 가족력이 있다면 미리 심장세포를 키워서 냉동해 놓았다가 심부전 진단을 받으면 두 달 안에 새 심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심장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어린 나이에 줄기세포를 저장소에 보관해두고 있다가 심장 외에 폐. 간, 신장도 자라게 해 이식하는 것이 언젠가는 가능해질 것이라고 테일러 박사는 밝혔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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