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에서 흉측한 괴물을 보는 사람들
한 여성이 장장 11시간 동안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응시하고 있다. 이 여성은 자신의 얼굴이 바깥에 나가도 될 만큼 괜찮은 상태인지 계속해서 고민하며 거울을 살핀다.
이 여성은 정신의학계에서 ‘신체이형장애’라고 부르는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신체이형장애가 있으면 외형상 특별히 두드러지는 결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외모가 흉측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영국 런던시티대학교 연구팀이 여성 7명, 남성 4명 등 총 11명의 실험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이 질환의 특징에 대해 살폈다. 실험참가자들은 전원 신체이형장애가 있고, 평소 거울을 보는데 상당수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아직 미지의 영역에 있는 이 질환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거울을 자주 응시하는데 그 이유는 상당히 복합적이고 모순적이라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한 실험참가자는 거울을 ‘나쁜 놈(실질적으로는 훨씬 심한 욕설로 표현)’이라고 표현했고, 거울을 응시하는 행위를 ‘자해의 한 형태’로 보았다. 또 다른 실험참가자는 거울을 보는 습관을 “마조히즘적이고 중독성이 있으며 벗어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거울을 봐야 할 것만 같다”며 “거울이 없으면 상실감에 빠진다”고 말했다.
이들은 거울을 자주 보지만 나르시시즘과는 상반된 사고를 가지고 있다. 자기도취에 빠진 나르시시즘 환자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서 황홀경을 느끼지만 신체이형장애가 있는 이들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추하다고 느낀다. 실험참가자들은 “거울 속에서 괴물이 보인다”거나 “흉물스럽고 혐오스러운 모습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은 심지어 사람들이 자신의 얼굴을 볼 때 구토하지 않는다는 점을 의아하다고 여길 정도였다. 이처럼 자신의 모습이 볼품없다고 느끼면서도 계속 거울을 보는 모순적인 행동을 보인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에게 그들이 거울 속을 응시할 때 보게 되는 형상을 표현할 수 있는 사진을 가져오도록 요청했다. 그러자 한 실험참가자는 만화 속 캐릭터인 ‘스펀지 밥’의 사진을 가지고 왔다. 그리고 이 사진을 ‘뻐드렁니가 난 흉측한 모습’이라고 표현하며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도 이러한 형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자신의 모습을 이처럼 혐오스럽게 느끼는 걸까.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의 이와 같은 경험이 프랑스 철학자 메를로 퐁티에 의해 처음 사용된 용어와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실험참가자들은 자신의 몸을 ‘체험적 신체’가 아닌 ‘객체화된 신체’로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자신이 자기 몸의 주체라고 생각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즉 신체이형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거울을 응시할 때 ‘체화된 현상’을 경험하며 이는 상당히 복잡한 양상을 띤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 연구는 ‘건강심리학저널(Journal of Health Psychology)’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