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80세 이상 사망률 팬데믹 1년차 수준으로 돌려놔
코로나19로 인한 65세 이상 미국 노인 사망률이 델타 파동 때 줄었다가 오미크론 파동 때 다시 늘어났다. 특히 80세 이상의 사망률은 팬데믹(대유행) 1년차 때 수준만큼이나 높아졌음에도 사회적 경각심은 낮아져 추가 백신 접종이 필요한 노년층이 더 큰 위험에 봉착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지난해 여름과 가을 델타 파동 때보다 지난 겨울의 오미크론 파동 기간 더 많은 미국 노인 사망률을 끌어 올렸다. 백신 접종 후 시간이 지나 면역력이 떨어진 데다 오미크론 변이의 면역 회피 능력이 진화한 결과다.
최근 몇 주 동안 미국의 전국적인 코로나19 사망률은 하루 평균 400명 이하로 팬데믹이 시작되고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 그러나 노년층과 장년층 이하 사이의 사망률 격차는 더 커졌다. 코로나19로 인해 숨진 65세 이상 미국인의 숫자는 오미크론 파동 4개월 동안 발생한 것이 델타 파동 기간 6개월 동안 발생한 것에 맞먹는다. 오미크론 유행 기간 전체적 코로나 사망률은 하락했지만 고령층에서는 오히려 더 증가한 것이다.
사람들은 오미크론 변이의 상대적인 온화함에 눈이 멀어 지난 겨울 노년층의 사망이 급증했음을 못본 것이다. 코로나 사망의 연령 패턴을 연구하는 보스턴대의 앤드루 스토크스 세계보건학과 교수는 “현재 상황을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의 팬데믹이라는 오해가 있는데 고령자, 심지어 1차 백신 접종을 완료한 노인들은 예외적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술 단체인 ‘코로나19 국가 프로젝트(CSP)는 최근 65세 이상 미국인 백신 미접종자 비율을 13%, 1차 접종만 받은 비율을 3%, 백신 접종을 완료했지만 추가접종(부스터 샷)을 맞지 않은 비율을 14%로 추정했다.
오미크론 하위 변이의 새로운 물결은 추가적인 위협을 야기할 수 있다. 젊은 연령층의 입원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북동부 지역의 70세 이상의 입원율은 겨울 오미크론 파동당시 최고조 수준의 3분의 1까지 올라섰다.
하버드대의 샤론 이노예 교수(노인전문의)는 “백신 접종 이후 시간이 많이 지나 면역력이 떨어지는 노인의 사망률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토크스 교수는 "노인의 조기 사망을 팬데믹 종식을 위한 수단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며 "동반질환 상태에 있거나 다세대 가정에 살고 있는 취약층 노인의 수가 여전히 많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노년층 보호를 위해 노년층에 대한 추가 접종을 의무화하고 가정방문을 통해서라도 적극적 백신 접종에 나서야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코로나 사망의 패턴은 백신이 도입되기 전인 2020년의 역학 관계를 재현했다. 당시 코로나바이러스는 미국 노인들을 집중 공격해 높은 사망률을 초래했다. 그러다 지난 여름과 가을 델타 파동 때 변화가 일어났다. 노인들이 백신 우선 접종대상이 되면서 지난해 11월까지 65세 이상 노인의 접종률은 40대보다 약 20%포인트 높았다. 그 결과 노인의 사망률은 백신이 보급되기 전보다 훌쩍 떨어졌다. 스토크스 교수 연구진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85세 이상 노인의 2021년 가을의 사망률은 2020년 겨울보다 75%가량이 낮았다.
대신 백신 접종을 받지 않은 더 젊은 층이 코로나바이러스의 먹이감이 됐다. 지난 가을 30대 후반의 백인 사망률은 그 이전 겨울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연령대 흑인의 사망률도 2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 여름과 가을 코로나19 사망자의 상당수는 노년층에서 중년층으로 이동하는 양상을 보였으나 오미크론 유행과 함께 다시 노년층이 집중적 희생양이 되고 있다.
"면역력 떨어지는 노인 사망률 늘어나..."
2월에 온라인에 게시된 옥스퍼드대 연구진의 연구에 따르면 80세 이상의 미국인의 코로나19 사망자 숫자는 백신보급이 이뤄지기 전인 2021년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그로 인해 이들 연령대 미국인의 기대수명은 2021년보다 훌쩍 떨어졌다.
전염성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할 즈음 노년층의 백신 효력이 서서히 떨어졌다. 5월 중순 현재 65세 이상 미국인의 4분의 1 이상이 1년 동안, 절반 이상은 6개월 동안 백신 접종을 맞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백신을 부스터 샷까지 3차례나 맞은 노인도 입원 방지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랜싯 호흡기 의학》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65세 이상 중 약 9%가 면역력이 저하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50세 미만의 성인 중 면역력 저하가 2.5%로 조사된 것과 비교했을 때 4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스토크스 교수는 오미크론 파동 기간 초과사망자에서 노년층의 비율이 압도적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초과사망은 실제로 사망한 사람들 수와 만약 전염병이 없었다면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사람들의 수 사이의 차이를 말한다. 실제 보스턴 브리검여성병원의 응급의사인 제레미 파우스트 박사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오미크론 파동 첫 8주 동안 매사추세츠주에서 65세 이상의 초과사망자 숫자가 델타 파동 때 23주 동안의 초과사망자 숫자를 넘어섰다.
노인들의 사망률이 다시 늘어나면서 코로나 사망자 중 백신 접종자의 비율도 늘어났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수치를 분석한 결과 지난 3월 코로나로 사망한 사람의 약 40%가 백신 접종자로 나타났다. 또한 노년층의 감염비율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자연면역 비율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점도 악순환을 낳고 있다. 2월 현재 65세 이상 인구의 약 3분의 1이 감염이력이 있는 반면 50세 미만 성인의 약 3분의 2가 감염이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