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봉쇄조치로 인간 창의성 향상 (연구)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봉쇄조치는 우리의 창의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갑작스런 록다운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두뇌는 적응력을 발휘했다. 이는 프랑스 ‘파리 뇌 연구소’ 에서 인간의 창의성이 첫 록다운 동안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분석한 연구의 결과이다. 봉쇄조치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창의성이 증가했고 주로 팬데믹 상황의 문제와 관련된 일에 집중했다는 내용이다.
창의성이란, 우리가 새로운 환경에서 유연하게 대처하고 독특한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인지기능 중 하나이다. 최초의 록다운을 둘러싼 예외적 상황으로 인해 우리는 일상을 재고하고, 새로운 한계를 설정해 적응해야 했다. 즉, 창의성을 발휘해야 했다.
연구소의 프론트랩 연구팀은 두 섹션으로 구성된 설문지를 사용해 온라인 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지의 첫 섹션에는 응답자들이 2020년 3~4월 자신의 상황을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설계된 질문이 담겼다. 예를 들어 봉쇄조치 기간 중 혼자 있었나, 아니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었나? 평소보다 더 많은 일 혹은 여가 시간이 있었는가? 등의 질문이다. 당시 감정 상태에 대해서도 물었다. 의욕이 더 높았는가? 기분이나 스트레스 수준의 변화를 알아차렸는가? 등.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전보다 더 혹은 덜 창의적이라고 느꼈는가를 질문했다.
설문지의 두 번째 섹션은 봉쇄기간 중 했던 창의적 활동, 빈도, 영역, 성취 수준, 아울러 이를 유도하거나 방해한 요인에 대해 질문했다. 연구팀은 분석 가능한 400개 이상의 반응을 수집했다.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더 창의적으로 느꼈다>
첫 번째 섹션의 결론은, 다른 연구들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참여자들에게 록다운은 심리적으로 고통스러웠지만, 평균적으로 스스로 더 창의적이라고 느꼈다는 것. 공동 저자인 테오필 비에스 연구원은 “스트레스와 창의성을 연관시킨 결과, 사람들이 감정을 더 민감하게 느낄수록 자신들이 더 창의적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대조적으로 록다운 기간 중 직면한 장애물의 숫자에 대해 질문했을 때, 비선형 관계가 나타났다. 창의성의 변화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응답자들은 많은 장애물에 부딪혔다고 느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평소 하던 활동을 방해하는 장애물을 만났고, 이 때문에 사람들은 창의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반대로 어떤 사람들은 창의적이 되기에는 너무 많은 문제에 직면했기 때문에 스스로 창의적이지 않다고 느꼈다.
설문지의 두 번째 섹션은 30가지의 활동 목록으로 구성됐다. 대부분은 창의성 연구에 사용되는 국제표준문항의 일부였다. 이 중에는 요리, 그림, 바느질, 정원 가꾸기, 그리고 음악이 포함됐다. 참여자들은 지난 5년 동안 이 같은 활동을 했는지, 록다운 중에도 활동이 늘었는지 질문을 받았다. 이들은 창의적 활동이 늘었다면 왜 그리고 얼마나 많이 증가했는지, 그렇지 않다면 왜 감소했는지를 답했다.
설문의 첫 섹션이 상황에 대한 주관적 보고에 기초했다면 두 번째 섹션에서는 창의적 행동의 양적, 질적 변화를 보다 객관적으로 측정하고자 했다. 연구 저자인 엠마뉴엘레 볼 연구원은 “결과는 창조적 행동의 측정이 응답자들이 보고한 주관적인 변화의 측정과 일치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그 변화는 자유 시간과 감정적 느낌과 관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록다운 기간 동안 가장 많이 늘어난 활동은 요리, 스포츠와 댄스 프로그램, 셀프-헬프 활동, 정원 가꾸기 등. 인테리어, 봉제, 창작 등 조사 대상 28개 활동 중 평균 40% 정도는 이전부터 해왔지만 록다운 이후 더 활동빈도가 늘었다.
<기분과 창의성 사이의 긍정적 상관관계>
연구 결과는 첫 록다운 기간 동안 전반적인 창의력 증가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긍정적 변화는 더 많은 자유 시간을 갖는 것, 더 많은 동기부여를 느끼는 것, 문제를 해결할 필요성, 혹은 새로운 상황에 적응할 필요성과 연결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창의력과 관련해 부정적 변화를 경험했을 때, 이 같은 변화는 스트레스나 불안, 압박감, 물질적 자원이나 기회의 부족과 같은 부정적 감정과 관련이 있었다.
긍정적 기분과 창의성의 상관관계는 논란의 대상이다. 일부 과학적 문헌에는 창의적이 되기 위해 기분이 좋아야 한다는 증거가 있는 반면, 그 반대의 연구도 있어서다. 또한, 우리는 창의적이기 때문에 기분이 좋은지, 아니면 창의적이 되는 것이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드는지 등 그 과정이 어느 방향으로 진행되는지 알 수 없다.
연구팀은 “우리의 분석은 창의적 표현이 개인에게 록다운과 관련된 부정적 감정을 더 잘 관리할 수 있도록 해주고, 힘든 시기에 더 나은 기분을 느끼도록 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결론을 맺었다. 연구는 ‘첨단 심리학’에 발표됐다. 원제는 ‘Through Thick and Thin: Changes in Creativity During the First Lockdown of the COVID-19 Pandem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