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알레르기 면역치료법 개발에 청신호
면역 체계 변화를 통해 땅콩 알레르기를 완화시키는 방법이 상당한 효과를 거둔 것으로 학계에 보고됐다. 최근 국제학술지 《알레르기》에 실린 호주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미국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31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땅콩 알르레기가 심했던 호주의 아홉 살 된 소녀 스텔라의 부모는 이번에 보고된 임상시험에 참여한 스텔라가 4년 전부터 차도를 보여 현재는 땅콩을 규칙적 먹고 있다고 말했다. 스텔라의 엄마 주 리 응은 “스텔라의 삶의 질은 임상시험 이후 상당히 향상됐다”며 스텔라가 더 이상 식품에 땅콩이 들어갔는지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없어져 일상생활의 자유도가 올라갔으며 자신의 불안감은 극적으로 감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가족은 우리 부부가 태어난 말레이시아를 포함해 음식에 땅콩을 많이 사용하는 나라로 여행을 피해야 했다”며 “스텔라가 차도를 보인 직후 태국여행을 가서 스트레스 없이 현지 음식을 맘껏 즐기며 멋진 휴가를 보냈다”고 말했다.
호주의 머독아동연구소와 텔레톤아동연구소의 연구진이 공동 진행한 이번 연구는 프로바이오틱스와 땅콩 경구 면역요법(알레르기성 식품의 점진적 도입)을 결합한 복합치료법이 유전자 네트워크가 다시 연결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러한 재프로그래밍은 음식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알레르기 면역 반응을 차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 중 한 명인 머독아동연구소의 미미 탱 교수(알레르기 및 면역학)는 “땅콩 알레르기를 완화시키는 면역학적 변화는 대부분 알려지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발견한 것은 알레르기가 있는 어린이와 완화 상태에 있는 어린이들 사이의 유전자 네트워크 연결 패턴의 심각한 차이”라면서 “이러한 변화는 면역치료를 거쳐 완화된 아이들의 면역치료 전후의 유전자 네트워크를 비교했을 때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1세~10세 어린이 62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아이들은 무작위 추출을 통해 복합치료법 그룹과 위약 그룹으로 나눠 실시됐다. 그 결과 복합치료법 그룹의 약 74%의 알레르기가 완화된 반면 위약 그룹은 약 4%만이 완화가 이뤄졌다. 별도의 실험 결과 땅콩 경구 면역요법만으로도 완화와 탈감작(특정 항원에 대해 면역학적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것) 효과가 상당히 높게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시험 대상 아이들의 약 절반이 알레르기가 완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 치료법은 아직 완성형은 아니다. 논문의 제1저자인 사라 애슐리 머독아동연구소박사후 연구원은 치료가 끝난 뒤나 심지어 지속적으로 땅콩을 복용함에도 종종 땅콩 알레르기가 재발하는 경우가 보고됐다고 밝혔다. 그는 “알레르기에 특화된 면역세포인 제2형 조력 T세포(Th2)의 변화가 지속적인 완화에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Th2는 알레르기 특화 항체를 생성하거나 음식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한다”며 “우리는 땅콩 알레르기가 완화된 아이들에게서 Th2 신호전달이 꺼져 있음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스텔라의 엄마인 응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안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도자료에서 “이 연구는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들을 가진 가족들에게 많은 희망을 줄 것“이라며 “다른 가족들이 지금 우리 가족이 갖게 된 것과 같은 편안함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식품 알레르기는 전 세계 유아의 약 10%와 어린이의 5~8%에 영향을 미친다. 이번 임상시험은 호주의 생명공학 회사인 ‘프로타 테라퓨틱스(Prota Therapeutics)’가 개발한 알레르기 면역요법을 적용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onlinelibrary.wiley.com/doi/10.1111/all.15324)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