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행하는 원숭이두창에 대한 4가지 의문점
영국에서 원숭이두창 사례가 확인되지 3주 만에 캐나다, 포르투갈, 스페인, 벨기에, 프랑스, 독일, 미국 등 최소 20개 아프리카 이외 국가에서 400명 이상의 확진 또는 의심 환자가 발생했다. 이는 1970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첫 인간 환자가 보고된 이후 아프리카 밖에서 발생한 사상 최대 규모의 발병이다. 기존 발병과 다른 이번 발병의 4가지 의문점에 대해 과학 전문지《네이처》가 최근 보도한 내용이다.
◆ 현재 발병의 출발점은?
첫 번째 의문은 발병이 어떻게 시작됐느냐 이다. 과학자들은 독일, 미국, 벨기에, 프랑스의 환자들에게서 채취한 바이러스의 게놈 염기서열을 알아냈다. 그에 따르면 서아프리카에서 발견되는 원숭이두창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 원숭이두창은 크게 중앙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 두 종으로 나뉜다. 사망률 10%에 이르는 중앙아프리카 균주에 비해 서아프리카 균주는 주로 가난한 시골지역에서 발병하며 사망률도 1%로 상대적으로 낮다.
어떻게 발병이 시작됐는지에 대한 단서도 나왔다. 지금까지 분석한 게놈 염기서열은 거의 동일하다는 점에서 최근의 아프리카 밖에서 발생한 발병이 하나의 사례로부터 출발했음을 암시한다. 현재의 염기서열은 2018년과 2019년 아프리카 밖에서 발생했으며 서아프리카 여행으로 발병된 소수의 사례와 유사하다. 이를 토대로 한 가장 단순한 추론은 올해 서아프리카를 방문한 사람이 원숭이두창에 걸린 동물이나 사람과 접촉으로 감염돼 전파한 것이라고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의 바이러스학자인 버니 모스 연구원은 밝혔다.
그러나 미국 뉴욕의 마운트 시나이 의학대학원의 구스타보 팔라시오스 교수(바이러스학)는 다른 가설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바이러스는 이미 아프리카 밖에서 사람이나 동물에게 전파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그러나 이 가설은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보통 사람들의 몸에 가시적인 병변을 일으키기 때문에 가능성은 떨어진다.
◆ 바이러스의 유전적 변화가 최근의 발병을 설명할 수 있나?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아프리카 밖으로 유례없이 퍼진 유전적 근거를 이해하는 것은 엄청나게 어려운 작업이라고 미국 앨러배마주립대 버밍엄캠퍼스의 엘리엇 레프코위츠 교수(컴퓨터 바이러스학)는 밝혔다. 과학자들은 두 유전자의 차이를 발견한 지 17년이 지난 지금도 서아프리카 변이에 비해 중앙아프리카 변이가 더 높은 독성과 전염성을 갖게 된 유전적 원인을 분석 중이다.
분석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의 게놈이 엄청나게 크다는 데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인 사스-CoV-2의 게놈보다 6배 이상 크다. 이는 “6배 이상 분석하기 어렵다는 뜻”이라고 미국 이스트캐롤라이나대의 레이첼 로퍼 교수(바이러스학)는 말했다.
또 다른 이유는 아프리카에서는 수년간 원숭이들의 공중 보건에 관심을 가져왔던 유전자 감시를 위해 투입된 자원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팔라시오스 교수는 설명했다. 그로 인해 현재의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의 염기서열과 비교할 염기서열을 찾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 나이지리아 질병통제센터의 책임자인 에다요 아데티파 박사는 원숭이두창이 아프리카에서 유행할 때는 관심을 보이지 않던 학자들과 연구기관이 아프리카 밖에서 유행이 시작되자 뒤늦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바이러스가 어떻게 진화하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러 동물 내 바이러스 배치를 알아내는 것이라고 팔라시오스 교수는 말했다.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는 다람쥐와 쥐 같은 설치류를 감염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프리카 동물 중에서 어떤 동물이 천연저장고 역할을 하는지를 알아내지 못하고 있다.
◆ 발병을 막을 수 있나?
현재의 발병이 시작된 이래로, 일부 국가들은 원숭이두창에 매우 효과적이라고 생각되는 수두 백신을 구입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은 예방효과가 완전히 발휘되려면 백신 접종 후 2주의 시간이 필요한 반면 수두 백신은 바이러스의 잠복기가 길기 때문에 노출 후 4일 이내에 접종하면 예방효과가 발생한다고 한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 감염된 사람과 가까이 접촉한 사람 전체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전원 백신’ 전략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수두바이러스팀의 안드레아 맥컬럼 팀장은 CDC가 아직 전원 백신 전략을 시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CNN은 원숭이두창 환자의 치료를 맡은 의료종사자에게 백신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감염된 사람들의 긴밀한 접촉 외에도 감염 위험이 높은 집단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의 앤 라모인 교수는 말했다. 그는 10년 이상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원숭이두창을 연구해왔다.
백신접종을 통해 원숭이두창의 전염을 차단한다 해도 이 바이러스가 동물로 다시 유출될 수 있다고 바이러스학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이 경우 이 바이러스의 새로운 저장소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전염될 확률이 높아진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는 23일(현지시간) 그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유럽 보건 관계자들은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키우던 햄스터와 기니피그 같은 애완 설치류를 격리시키거나 안락사 시킬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가능성이 낮다고 해도 이들 동물이 원숭이두창에 감염돼도 인간과 달리 가시적 증상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모스 연구원은 설명했다.
◆ 발병 방식이 이전과 다른가?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는 감염된 사람이나 동물의 병변, 체액, 호흡기 비말과의 긴밀한 접촉을 통해 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AP통신에 따르면 보건당국은 스페인과 벨기에의 두 지역에서 원숭이두창 감염의 주범으로 성행위를 조사하고 있다. 그래서 이 바이러스가 성적 접촉을 통한 전파에 진화했다는 추측을 낳고 있다.
그러나 성적 접촉과 관련된 사례만 두고 바이러스가 더 전염성이 강하거나 성병화했다고 볼 수는 없다. 단지 바이러스가 가까운 접촉을 통해 쉽게 퍼진다는 것뿐이라고 리모인교수는 설명했다. SARS-CoV-2와 달리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는 신체 밖에서 오랫동안 생존할 수 있으며, 침대 시트나 문손잡이 같은 표면이 잠재적인 전염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로퍼 교수는 말했다.
보건당국은 그동안 동성 성관계를 가진 남성들 사이에서 많은 사례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리모인 교수는 남성 동성애그룹에서 바이러스가 퍼진 가장 유력한 설명은 바이러스가 우연히 그 집단에 유입돼 계속 퍼지고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맥컬럼 팀장은 원숭이두창에 대한 최근의 관심은 과학자들이 이 바이러스에 대해 얼마나 많은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지를 드러냈다고 밝혔다. 그는 “이 모든 것이 안정되면 연구의 우선순위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오랫동안 그리고 열심히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