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라도 잡자".. 요양병원은 어쩔 수 없는 선택?

[김용의 헬스앤]

[사진=뉴스1]

“중병을 앓는 시아버지의 대소변을 받아내며 집에서 간병을 했다.”

50대만 해도 이런 얘기를 자주 들었을 것이다. 시부모를 섬기는 정성이 지극한 며느리에게 주는 ‘효부상’도 많았다. 신문·방송들도 이런 이야기를 자주 다뤘다. 요즘은 이런 얘기가 드문 것 같다. 집에서 하던 간병이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로 대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집에서 임종을 못하고 요양병원에서 세상을 떠나는 분들이 더 많다. 세상의 변화를 실감한다.

늙은 부모님을 요양병원에 모시면 착잡해진다. 뒤돌아서 눈물도 흘린다. 중년들은 “나도 언젠가는...” 생각을 한다. 맞벌이에 바쁜 자녀들에게 간병을 의지할 형편도 안 된다. ‘늙고 병들면’ 요양병원·시설로 가는 것이 예정된 수순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심란해진다.

◆ “내 피붙이 손이라도 잡고 싶어요”

“어머니 손을 잡고 싶었어요.”  “그래, 내가 얼마나 더 산다구...”

방역 당국이 23일부터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도 요양병원·시설의 대면 접촉면회를 허용하면서 ‘눈물의 상봉’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9일까지만 해도 두터운 ‘유리벽’ 사이로만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코로나가 만들어낸 비극이다. 갈수록 쇠약해지는 요양병원 환자들이 “피붙이 손이라도 잡고 싶다”는 요청을 계속 하자 ‘접촉 면회’를 허용한 것이다.

몸이 많이 아프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요양병원·시설에 모시는 세태를 어떻게 봐야 할까? 환자를 돌보는 간병은 ‘간병 지옥’이라는 말처럼 어려운 일이다. 간병을 하다 자신이 병드는 사람도 많다. 특히 요즘은 맞벌이 부부가 늘어 가족이 간병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간병인’이 요즘은 대세가 됐다. 간병인도 여유가 있어야 둘 수 있다.  코로나 유행 중 간병비가 크게 올라 부담이 상당하다. 간병 비용은 오롯이 환자 가족이 부담해야 한다. 요양 시설이 의무적으로 고용하는 요양보호사와 달리 병원·요양병원은 간병인을 고용할 법적 의무가 없다. 국가 지원도 없다.

뇌졸중(중풍) 후유증으로 거동이 불편한 부모의 간병비(하루 10만~15만원)를 댈 수 없어 요양병원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도 있다. 코로나로 외국인 간병인이 크게 준데다 병원 근무를 기피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욕창을 막기 위해 가끔 환자의 몸을 뒤집어 줘야 하고, 끼니마다 코로 밥줄을 연결해 죽을 공급해야 한다. 간병인을 고용하지 못하면 가족이 이 모든 것을 다 해야 한다.

◆ 간병인 부족, 비용은 치솟고... 간병인 관련법·제도 정비 시급

코로나 유행을 계기로 간병 서비스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간병인 부족으로 비용은 치솟는데, 서비스는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간병인’ 제도가 법률에 규정돼 있지 않아 법적 기준도 없다. 개인이나 업체를 통해 환자의 시중을 들 수 있는 사람을 소개받는 방식이다. 간병인들도 열악한 노동 환경에 비해 만족스런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이다.

간병인과 비슷한 일을 하는 ‘요양보호사’는 국가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요양시설은 규모에 따라 일정 수 이상 요양보호사를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한다. 정부는 요양시설과 병원·요양병원(의료시설)을 법적으로 구분하고 있다. 요양시설만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급여를 일정액 지원하고 있다. 따라서 요양보호사의 대부분은 요양원 등 요양시설에서 근무한다. 반면에 대학병원, 요양병원 등 의료시설은 요양보호사를 고용할 법적 의무가 없다. 요양시설처럼 국가가 급여 지원도 하지 않는다. 간병이 필요한 환자는 더 많은데 도울 사람이 없는 것이다. 가족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일본은 요양 기능을 갖춘 의료시설도 국가 자격증이 있는 간병인을 고용하도록 법제화하고 급여의 일정액을 국가가 지원하고 있다. 노인이 노인을 간병하는 대표적인 나라인 일본은 이 제도를 통해 간병 부담을 줄여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 국회와 정부도 간병인 관련법을 도입하고 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간병과 요양병원·시설에는 노인들만 있는 게 아니다. 최근 뇌졸중(뇌출혈·뇌경색) 환자가 급증하면서 후유증으로 한 쪽 몸을 못 쓰는 중년 환자들도 많다. “내가 늙고 병들면...” 다가올 미래의 일이 아니다. 40·50대에도 바로 닥칠 수 있는 눈앞의 현실인 것이다. 지금의 건강 상태를 보면 요양병원·시설에 입원하는 게 앞당겨질 수 있다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 요양병원 행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일까?...  그 복잡한 시선

코로나19로 인한 국내 사망자의 거의 절반이 요양병원·시설에서 나왔다.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평소에도 폐렴 등 감염에 취약한 곳이다. 많은 기저질환자들이 집단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가 붙을 정도다. 지난달까지 가족이 면회와도 두터운 유리벽 사이로 얼굴만 바라봐야 했다. 창살 없는 감옥이나 다름없다.

차라리 집에서 간병을 하겠다는 사람도 늘고 있다. 하지만 간병할 사람이 마땅치 않다. 맞벌이라면 한 사람이 직장까지 그만 둬야 한다. 국회·정부는 간병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된다. 장기요양보험에서 요양병원 진료비를 지급하도록 하고 자택 간병·돌봄 서비스를 적극 지원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적은 비용으로 간병 인력을 둘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요양병원·시설로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중년들이 요양병원·시설을 바라보는 시선은 복잡하다. 착잡한 심정으로 부모님을 요양시설로 모시면서 자신의 앞날을 그려본다. 최근  요양병원·시설에 있는 분들이 “여생이 얼마 안 남았는데, 가족들 손이라도 잡고 싶다”며 접촉 면회를 성사시켰다. 피붙이의 정이 유난히 그리운 곳이 요양병원·시설이다. 가족의 정을 생각해보는 5월 가정의 달이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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