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갱년기 영양제 섭취 주의사항 3가지
[노윤정 약사의 건강교실]
가정의 달이 끝나간다. 어버이날을 맞아 느즈막이 자식들이 보낸 선물이 도착했다. 오메가-3, 루테인, 칼슘제, 홍삼 등등 종류도 참 다양하다. 건강에 좋다고 하니 고맙게 받았지만, 막상 섭취하려고 보니 한 가지 고민되는 게 있다. 바로 딸이 선물해준 ‘석류추출물’이 함유된 갱년기 영양제다. 올해 나이 50을 넘기면서 평소보다 피곤하다고 했더니 딸이 큰맘 먹고 보내준 선물이다. 딸이 걱정할까 아직 말하지 못했는데, 사실 나는 지금 자궁근종 때문에 병원에서 정기적인 검진을 받고 있다. 자궁근종이 있는 나, 석류추출물이 함유된 갱년기 영양제를 먹어도 될까?
◆ 여성호르몬에 예민한 질환이 있다면 석류추출물 등 섭취 주의해야
자궁근종은 여성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양성 종양이다.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크기나 위치에 따라 통증이나 생리량 증가 등의 문제가 나타나면 적극적 치료가 필요하다. 아직 특별한 불편함이 없다면 꾸준한 검진을 통해 상태를 추적 관찰하기도 한다. 이럴 때는 석류농축분말, 석류추출물, 대두추출물, 회화나무열매추출물 등이 함유된 갱년기 영양제 섭취는 피해야 한다. 석류추출물 등의 갱년기 영양제는 해당 원료의 주요 성분이 여성호르몬과 구조가 유사해, 갱년기에 줄어드는 여성호르몬이 해야 할 역할을 보완함으로써 갱년기 여성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등 여성호르몬에 예민한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보충제로서 이런 원료가 함유된 영양제는 피해야 한다. 자궁근종의 발생 원인이 1~2가지로 아주 명확한 것은 아니지만, 근종의 성장에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스트로겐 분비가 줄어드는 폐경 이후 자궁근종의 성장이 대개 멈추는 것 또한 이런 사실을 뒷받침한다. 따라서 정기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한 크기의 자궁근종이 있는 갱년기 여성이라면, 석류농축분말·대두추출물·회화나무열매추출물 등 제품의 섭취 시 주의사항에 ‘에스트로겐 호르몬에 민감한 사람은 섭취에 주의’라는 문구가 표시된 갱년기 영양제는 피하는 것이 좋다.
자연식품의 형태로 적정량 섭취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지만, 농축된 영양제 또는 가공식품 형태로 다량 섭취하면 드물지만 자궁근종의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 홍삼의 경우 원료의 섭취 시 주의사항에 에스트로겐 호르몬 관련 내용은 없지만, 시중에 판매되는 여성 갱년기 홍삼 제품이 대개 석류를 부원료로 넣거나 주원료로서 석류를 다량 함유한 것들이 많아 의료현장에서는 홍삼 섭취 또한 주의할 것을 권고한다.
◆ 백수오 등 복합추출물, 피크노제놀 등은 에스트로겐 호르몬과 관계없어
여성 갱년기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영양제로는 백수오 등 복합추출물, 피크노제놀-프랑스해안송껍질추출물 (이하 피크노제놀), 락토바실러스 아시도필루스 YT1 (이하 갱년기 유산균) 등 다양한 원료가 허가되어 있다. 이 원료들은 에스트로겐 호르몬 수용체를 직접적으로 강하게 자극하지 않아 에스트로겐 호르몬에 예민한 여성도 안심하고 섭취가 가능하다. 각종 원료들의 기능을 ‘절대적’으로 비교할 만한 과학적 근거는 부족해 앞의 원료들보다 이 원료들의 기능이 더 뛰어나다는 의미는 아니다. 작용기전의 차이가 있으니 여성호르몬에 예민한 여성이 섭취해 볼만 하다는 뜻이다.
백수오 등 복합추출물은 백수오, 당귀, 한속단이 합쳐진 원료로서 백수오의 자양·강장·보혈작용, 당귀의 조혈 및 혈액순환 촉진작용, 그리고 한속단의 담과 습을 제거하는 기능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갱년기 여성의 불편 증상을 완화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피크노제놀은 항산화제로서 갱년기에 증가하는 산화적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갱년기 유산균은 장내균총의 변화로 생성된 대사산물들이 체내에서 ‘에스트로겐 수용체-β (ER2)’ 발현을 도와 여성호르몬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스트로겐 수용체-β (ER2)’는 장·방광·혈관내피 등에 존재하는 수용체로서 자궁·유방 등에 있는 ‘에스트로겐 수용체-α’ 와는 다르다. 단, 해당 제품에 석류추출물, 회화나무열매추출물 등 앞에 언급한 원료가 소량이라도 함께 섞여 있다면 섭취를 피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 하루에 누워있는 시간이 길어지는 피로라면 병원 상담 필수
하루에 누워서 쉬는 시간이 평소보다 눈에 띄게 길어지는 갱년기 피로라면 반드시 병원에 방문해 정확한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 피로는 철 결핍성 빈혈, 갑상샘저하증, 우울증, 만성피로증후군, 당뇨병, 암 등 다양한 질환을 알리는 신호이다. 중년의 피로 관리는 남녀를 가리지 않지만, 전업으로 가사일을 하는 중년 여성이라면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전업으로 가사일을 하는 분들은 대개 그들의 일상을 가깝게 지켜보는 동료가 없어서 이런 변화를 스스로 알아채지 못하면 치료의 때를 놓치기 쉽다.
특히 평소와 같은 강도의 집안일에도 쉽게 지치고 중간에 휴식이 꼭 필요할 정도의 피로를 느낀다면, 가까운 약국이나 병원에서 전문가와 정확한 건강상담을 할 필요가 있다. 커피나 자양강장음료 또는 비타민제를 섭취해도 피로가 심하다면 가능한 빨리 병원에 방문해 전문가와 상담하도록 하자. 갱년기 장애의 주요 증상 및 불편 증상이 지속되는 시간은 개인차가 워낙 커서 본인이 적극적으로 말하지 않는다면 주변에서 알아채기 어렵다. 부모님과 자주 만날 수 없다면 중년의 부모님이 말씀하시는 ‘피로’ 라는 두 글자에 담긴 구체적 증상을 파악하기 위한 노력과 관심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