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프면 왜 화가 날까? (연구)
너무 배가 고파서 사소한 일에도 과민반응하고 쏘아붙인 경험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배가 고플 때 우리가 왜 비이성적으로 행동하는지, 그 수수께끼를 푸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쉽게 말해 배고플 때 장에서 분비되는 단백질이 뇌의 뉴런과 결합해 기분과 행동에 변화를 주기 때문이다.
미국 솔크 연구소 연구진은 배고픔이 어떻게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지 알아보기 위해 예쁜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ans)이라는 작은 선충을 모델로 사용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배고픈 선충과 먹이 공급원 사이에 벌레를 퇴치하는 걸로 알려진 황산구리 벽을 만들었다. 2시간~3시간 동안 먹이를 먹지 못한 선충은 먹이를 충분히 먹은 선충보다 이 독성 벽을 통과하려고 더 노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유전적 도구(genetic tools)를 이용해 이 행동 이면에 있는 분자 메커니즘을 조사했다. 일반적으로 유전자를 ‘활성화시키거나(on)’ ‘억제하는(off)’ 단백질인 전사인자(transcription factor)는 대부분 세포의 세포질에 머물고, 활성화될 때에만 세포핵으로 이동한다.
하지만 배고픈 선충의 경우, MML-1과 HLH-30이라고 불리는 이러한 전사인자가 세포질 위치로 다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전사인자를 제거했을 때, 배고픈 선충은 독성 벽을 넘으려는 시도를 멈췄다. 이는 배고픔이 동물의 행동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조절하는 데 있어 MML-1과 HLH-30가 하는 중심적인 역할을 보여준다.
후속 실험을 통해 연구진은 MML-1과 HLH-30이 이동 중일 때, 장에서 인슐린 유사 펩타이드 INS-31라는 단백질이 분비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 단백질은 뇌의 뉴런과 결합해 배고픔 정보를 전달하고 음식을 찾는 위험한 행동을 유도한다.
연구진은 “선충의 장이 음식이 부족한 것을 감지하고 이를 뇌에 보고한다”며 “이러한 전사인자의 움직임은 동물이 음식을 얻기 위해 불쾌한 벽을 넘는 것과 같이 위험-보상 결정을 하도록 유도하는 요인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인간을 포함한 다른 동물이 어떻게 편안함보다 기본적 욕구를 우선시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이러한 전사인자를 추가로 연구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플로스 유전학(PLOS Genetics≫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