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보다 작은 아이, 성장 문제가 아니라면?
또래보다 유난히 키가 작다면, 1~2살 어린 동생보다 작다면 단순한 신장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터너 증후군, 프라더-윌리 증후군, 누난 증후군 등 희귀질환 중 하나일 수 있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신희 교수에 따르면 희귀질환에는 특별한 외형적 이상 없이 저성장으로만 나타나는 경우도 흔하다. 의학에서 정의하는 저신장은 동일 성별이나 연령의 또래와 비교했을 때 키가 3% 미만인 경우를 뜻한다. 즉 건강검진에서 100명 중 작은 쪽에서 3번째 이내로 나타나면 저신장으로 정의할 수 있다.
희귀질환을 의심해야 하는 신호는 저신장과 함께 골격계 이상, 이형적 외모, 지능 장애, 소두증, 키 표준편차가 –3 S.D. 이하 등이다. 저신장을 동반하는 희귀질환은 성염색체 이상으로 발생하는 ‘터너증후군’, 고도비만을 동반하는 ‘프라더-윌리 증후군’, 다양한 신체 기형이 나타나는 ‘누난 증후군’이 대표적이다.
터너증후군(Turner's syndrome)은 여성에서 발생하는 염색체 이상 질환이다. 저신장, 조기 난소 부전, 이차 성징 발현 이상, 골격계 기형, 심장 기형, 신장 기형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여아가 의학적 저신장으로 병원을 찾으면 다른 증상 여부와 상관없이 반드시 염색체 이상을 확인해야 한다. 여아 2000~2500명 중 1명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도비만을 동반한 저신장이라면 프라더-윌리 증후군(Prader-Willi syndrome)을 의심할 수 있다. 프라더-윌리 증후군은 15번 염색체 이상으로 발생하는 유전질환으로 성장장애를 동반한다. 출생아 1만~1만5000명 중 1명꼴로 발생하고 남녀 비율은 비슷한 편이다. 주요 증상은 작은 키와 비만, 과도한 식욕, 근육긴장 저하, 성선기능 저하증, 지적장애 등이 있는데, 연령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나타난다.
누난 증후군(Noonan syndrome)은 다양한 신체 기형이 보이는 희귀 유전질환이다. 저신장과 특이한 얼굴 모양, 선천성 심질환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태어날 때부터 증상이 뚜렷한 선천성 질환으로 출생아 1000~2500명 중 1명꼴로 나타난다. 남녀 비율은 비슷한 편이며, 사춘기 전 성장 속도는 정상이지만 사춘기 이후 나타나는 성장급증이 나타나지 않거나 짧은 특징이 있다.
저신장으로 병원을 찾으면 희귀질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백혈구 수치나 전해질, 간수치 등을 검사할 수 있는 기본적인 혈액검사와 함께 필요에 따라 염색체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 골연령이나 방사선학적 골격조사를 비롯한 내분비적 검사와 성장호르몬 자극 검사 등 다양한 검사가 시행되고, 염색체와 유전자 검사를 함께 받는다.
저신장을 동반하는 희귀질환은 대부분 조기에 진단할수록 예후가 좋다. 성장 부전 또는 사춘기 지연을 보이는 여아가 염색체 분석을 통해 터너증후군을 진단 받았다면, 장기간 치료로 예측 키보다 8㎝ 이상 자라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프라더-윌리 증후군으로 심한 비만, 다양한 발달지연 등이 나타나는 경우 성장 치료를 통해 체지방량 감소와 근력 호전 효과를 볼 수 있다. 누난 증후군의 경우 성장호르몬 치료 기간이 길 경우 9~13㎝ 정도의 성장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알려졌다. 터너증후군, 프라더-윌리 증후군, 누난 증후군은 성장호르몬 치료에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본인부담률을 경감해주는 산정특례 대상이다.
희귀질환은 조기 진단과 치료는 물론, 생활습관 관리도 중요하다. 터너증후군은 성장 장애, 비만, 골다공증, 당뇨, 고혈압 등이 발생할 수 있다. 김신희 교수는 “올바른 식습관과 운동 습관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중이염이 잘 발생하는데 이유 없이 열이 나거나 귀가 아프면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신경성 난청도 생기기 쉽기에 정기적인 난청 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프라더-윌리 증후군은 체중 감량을 위한 식사 조절이 가장 중요하며, 골다공증을 예방하기 위해 기본적인 운동과 비타민D 섭취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