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울제 효과 높이는 비결은 ‘수면’
우울증과 수면은 복잡하면서도 밀접한 연관관계에 있다. 기존 연구들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의 75%가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또 불면증이 있으면 기분이 우울해질 확률이 10배 이상 높아진다. 이처럼 우울증과 수면은 끊을 수 없는 악인연 같지만 다행히 하나를 치료하면 다른 한 부분도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연구에 따르면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환자가 수면 시간을 2시간 늘리면 우울 증세가 줄어드는 결과를 보인다. 연구팀이 온화한 수준의 우울증과 심각한 우울증이 있는 성인 환자 68명을 대상으로 8주간 진행한 실험결과다.
실험참가자들은 모두 동일한 항우울제를 복용했고, 첫 두 주간은 특정 시간대에 잠자리에 누웠다가 일어나는 규칙적인 생활을 했다. 실험참가자의 절반은 하루 6시간, 나머지 절반은 8시간을 침대에서 보냈다.
8주가 지난 뒤 실험참가자들의 우울 증상을 확인해본 결과, 첫 2주간 8시간 잠을 잔 실험참가자 중 63%가 증상이 개선되는 결과를 보였다. 반면 침대에서 6시간을 보낸 실험참가자는 33%만이 병의 차도를 보였다. 8시간 수면을 취한 그룹이 평균적으로 일주일 일찍 증상이 나아지는 효과를 얻기도 했다.
선행 연구들에 따르면 충분한 수면은 부정적인 감정을 수습하고 스트레스를 다루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같은 원리는 우울증으로 고통 받고 있는 환자에게도 적용된다는 게 콜롬비아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 제임스 갱위시 교수의 설명이다.
갱위시 교수는 “수면의 양질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매일 같은 시간 잠들고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도 모두 이 같은 방식을 통해 항우울제 효과를 높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정신과의사는 우울증 환자의 수면 상태에 관심을 둬야 한다. 만약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가 이 사실을 알지 못한다면 환자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볼 수도 있다. 수면과 우울증은 상호연관관계에 놓인 만큼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선 둘을 함께 개선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수면장애의 양상은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잠들기 어려워하는 환자도 있는가하면 수시로 잠이 깨는 환자도 있고 반대로 지나치게 많이 자는 형태도 있다. 어떤 유형의 수면장애를 겪고 있든 공통적으로는 매일 동일한 시간 자고 일어나는 습관이 중요하다는 게 이번 연구팀의 주장이다. 단 숙면이 모든 우울증 환자의 증상을 개선하는 만병통치약은 아닌 만큼 반드시 8시간을 자야 한다는 규칙을 따를 필요는 없다. 각자 자신에게 맞는 수면시간을 찾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