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울제 복용만으론 삶의 질 높일 수 없다(연구)
항우울제는 우울증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증상을 관리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이러한 약물 복용 만으로는 장기적으로 전반적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없다는 새로운 연구가 발표됐다. 항우울제는 우울증 장애를 다스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뿐, 약물 만으로 더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게 되는 건 아니라는 것. 결국, 삶의 질이란 생활방식과 행동 변화와 결합될 때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건강 미디어 ‘베리웰헬스 닷컴’의 보도에 의하면 사우디아라비아 킹사우드대 연구팀은 2005-2015 미국 의료 지출 패널 조사(MEPS)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에서는 해마다 평균 약 1750만 명이 우울증 진단을 받고, 이 중 57.6%가 항우울제로 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항우울제 사용은 정신적 요소의 향상과 관련이 있지만, 항우울제를 복용하지 않은 사람이나 복용한 사람이나 삶의 질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항우울제는 출발점으로 작용한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전문상담사 에릭 패터슨은 “이는 항우울제가 무엇이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기존 견해에 도전하는 연구”라면서 “사람들은 약을 먹으면 건강, 웰빙, 삶의 만족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에, 이 같은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내용은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항우울제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이해하려면 우울증 감소와 삶을 개선하는 것이 동일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패터슨은 “우울증 증상이 줄어든다고 해서 삶이 더 나아지거나, 더 행복하거나, 더 충실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항우울제의 역할은 우울증의 징후와 증상을 공격하고 치료하는 것. 또한 자살에 대한 생각과 감정, 행동을 줄일 수 있고 수면과 에너지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다. 그는 “이러한 긍정적 효과는 사람들이 삶을 개선하기 위해 행동하도록 동기를 부여할 수 있지만, 항우울제만으로는 누군가를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심리치료사 레이야 리처드는 항우울제가 환자들에게 본질적으로 ‘일정한 출발점’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약물은 치료보다 건강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된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약을 복용하지만 같은 사고 패턴, 생활 방식, 행동 패턴을 계속한다. 항우울제는 급성 발작을 막는 데 도움을 주지만 삶의 다른 측면은 전부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
이 같은 이유로 전문가들은 우울증 환자에게 행동과 생활 방식의 변화가 똑같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레이야 리차드는 환자들이 사고방식을 바꾸고 자멸적 패턴의 반복을 멈추도록 도와주는 정신 건강 전문가의 지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릭 패터슨은 운동, 건강한 식사,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등 단순한 습관이 항우울제의 효과를 보완하고 증진시키는 강력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킹사우드대 연구팀은 “우울증 환자들은 항우울제를 계속 사용해야 하지만, 약리학과 비약리학적 개입이 이들 삶의 질에 미치는 실제 영향을 평가하는 장기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는 ‘플로스 원’에 발표됐다. 원제는 ‘Antidepressants and health-related quality of life(HRQoL) for patients with depression: analysis of the medical expenditure panel survey from the United Sta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