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세종 되지 못한 '코로나 변이' 감마, 이오타, 뮤가 알려준 것
감마, 이오타, 뮤. 한때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가 사라진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들이다. 이들 변이는 왜 세계적 지배종이 되지 못했을까? 이를 연구하면 미래에 찾아올 코로나 변이를 예측할 수 있고 예방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미국의 뉴욕타임스(NYT)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21년 초 콜롬비아의 과학자들은 걱정스러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변종을 발견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뮤라는 이름을 획득한 이 변이는 인체 면역체계의 방어를 피하는데 도움이 되는 몇 가지 유전자 변화를 갖고 있었다. 그 다음 수 개월간 뮤는 콜롬비아에서 빠르게 퍼졌고 코로나19 확산세에 기름을 부었다. 8월 말이 되자 뮤는 수십 개 국가에서 발견됐고 WHO가 ‘관심 변이’로 지정했다.
최근 뮤에 대한 미발표 연구논문을 집필한 미국 네브라스카대의 조셉 파우버 교수(유전역학)는 “뮤가 세계적 명성을 약간 얻긴 했으나 곧 흐지부지됐고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델타나 오미크론 같은 세계적 지배종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캠퍼스(UCSD)의 조엘 워다임 교수(분자역학)는 “이들 바이러스가 스스로 적응과 진화를 멈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미래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이러한 실패한 코로나 변이에 대한 연구는 팬데믹 기간 미국이 시행한 국제여행 금지조치가 효력이 없다는 더 많은 증거를 보여준다. 또 전염병이 유행하는 초기 단계에서는 면역회피력보다 전파력이 더 중요함을 일깨워준다. 맥락이 중요하다는 것도 배우게 된다. 어떤 나라에서 영향력있는 변이가 다른 나라에서는 발판을 마련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코로나19 백신 개발 전이냐 후냐에 따라 판세가 바뀌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어떤 변이가 우세종이 될지 예측하는 것은 어렵고, 미래의 변이와 병원균을 계속 파악하려면 포괄적이면서도 실시간에 가까운 관측이 필요하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다른 변이는 주목받지도 못하고 이름도 받지 못한다. 그런 경우는 둘 중 하나일 때다. 급속하게 전파되거나 그들의 유전자 변화가 불길한 신호를 보내는 경우다. 콜롬비아에서 뮤가 등장했을 때 2가지를 모두 충족시켰다. 뮤에 대한 연구논문의 공동 저자인 호주 시드니대 매리 페트론 교수는 “뮤가 원조 코로나는 물론 알파, 베타, 델타, 감마를 능가하는 면역회피성을 지녔다”고 지적했다.
파우버 교수와 페트론 교수의 연구진은 전 세계에서 수집된 뮤의 샘플의 게놈 서열을 분석해 뮤의 확산을 재구성했다. 그들은 뮤가 2020년 중반에 남아메리카에 나타났으며 처음 발견될 때까지 몇 달간 계속 전파되고 있었다고 추론했다. 이렇게 발견이 늦은데다 놀라운 면역회피성까지 지녔기에 뮤가 세계적 우세종이 될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뮤는 중남미를 떠나 북미와 유럽에 도착해선 힘을 쓰지 못했다. 그곳에선 면역회피력은 떨어져도 전파력이 훨씬 막강한 델타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공한 변이만 연구하는 것은 이야기의 절반만 이해하게 해준다. 페트론 교수는 “우세종이 되는 데 실패한 변이를 연구하면 코로나 변이의 전체적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델타는 뮤뿐 아니라 베타, 감마, 람다보다 면역회피력은 떨어졌지만 전파력에 있어서 압도적 우위를 지녔기에 우세종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백신 접종과 여러 차례 감염으로 면역 체계가 바뀌었다, 과학자들은 고도의 면역 회피성을 지닌 변이가 우세종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오미크론이 그러한 변이였다.
또 다른 최근의 연구 논문은 면역회피성이 뛰어난 감마변이가 면역수준이 높은 미국의 뉴욕시 같은 지역에서 더 잘 전파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해당 논문의 필자 중 한명인 워다임 교수는 “새로운 변이는 진공상태가 아니라 이전에 존재했던 모든 변이의 그늘 아래서 출현한다”고 말했다.
2020년 11월 채집된 바이러스 샘플 중에서 처음 발견된 이오타 변이의 탄생지도 뉴욕시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뉴욕시에서 더 잘 번성했고 알파 변이가 도착한 이후 몇 달 간 이 도시의 이 지배적 변이로 살아남았다. 반면 2021년 1월 이오타와 알파가 동시에 출현한 코네티컷주에서 상황은 달랐다. “알파는 바로 지배적 변이가 됐고 이오타는 가망 없이 사라졌다”고 두 지역의 코로나바이러스 변이 연구를 이끈 페트론 교수가 밝혔다.
비슷한 패턴이 오미크론의 다중 계통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뉴욕에서 처음 확인된 오미크론의 하위변이 BA.2.12.1이 뉴욕에서 번성 중이지만 오미크론이 처음 발견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선 BA.4와 BA.5라는 또다른 하위변이가 새로운 유행 파동을 일으키고 있다.
이것이 사라진 변이를 연구하는 또 다른 이유라고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의 사라 오토 교수 (진화생물학)는 말했다. 특정 시간과 장소에서 유행에 실패한 변이가 다른 시간과 장소에선 유행에 성공할 수 있다. 사실 뮤의 불은은 너무 빨리 출현했다는 데 있을지 모른다. 오토 교수는 “이 변이에 활력을 불어넣을 만큼 면역력을 갖춘 사람들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은 뮤의 후손이 미래에 다시 등장하면 우세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이전 변이에 대한 연구는 그 억제책이 효과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통찰력도 제공한다. 감마 변이에 대한 새로운 연구가 바로 그런 통찰을 제공한다.
감마 변이는 2020년 후반기 브라질에서 처음 발견됐다. 그해 5월부터 미국은 미국시민권자가 아닌 사람이 브라질에서 입국하는 것을 금지했다. 미국은 2021년 11월까지 이 정책을 유지했으나 감마는 2021년 1월 미국에서 발견되었고 곧 수십 개 주로 퍼졌다.
감마변이에 대한 새로운 연구논문을 발표한 테탸나 바실리예바 UCSC 교수(분자역학)는 감마가 세계적 지배종이 된 적이 없기 때문에 감마의 확산에 대한 연구가 여행 금지효과에 대한 “더 깨선명한 그림”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델타와 같은 변이를 연구하면 너무 크고 빠르게 발생하기 때문에 그 패턴을 추적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바이러스로 인해 지구적 차원의 보건 비상상황이 발생할 경우에는 미래에 초점을 맞추고 싶은 충동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고 파우버 교수는 말했다. 그래서 세계의 관심이 델타와 오미크론에 쏠리고 있을 때 사라져버린 뮤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까 하는 고민을 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뮤에 신경을 쓰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 그러나 우리는 과거의 우려변이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재구성하려고 노력하는 고품질의 연구도 여전히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