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로 떠오른 호르몬대체요법 치료제…영국서 4배 폭리
폐경 이후 여성들이 안면홍조(얼굴 붉어짐), 질건조증 등 갱년기 증상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사용하는 호르몬 대체요법(HRT) 치료제가 영국에서 공급 부족으로 큰 혼란을 빚고 있다.
HRT 치료제 ‘에스트로겔(Oestrogel)’ 등 제품이 글로벌 오픈마켓 ‘이베이’에서 영국 건강보험공단(NHS) 수가의 무려 4배의 값에 거래되는 폭리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에스트로겔(Oestrogel)은 피부에 바르는 약이다.
최근 4년 사이 호르몬 대체요법 치료제의 처방 건수는 두 배로 껑충 뛰었으나, 이 제품의 공급이 이 같은 수요 증가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이베이에서 ‘에스트로겔’ 제품이 40파운드(약 6만3160원) 안팎에 팔리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 치료제의 NSH 건강보험 수가는 9.35파운드(약 1만4760원)밖에 안 된다.
일부 민간 약국도 이 치료제의 값을 올려 팔아 갱년기 여성들을 착취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호르몬 대체요법(HRT, Hormone Replacement Therapy) 치료제는 질 위축, 성욕 감퇴, 오한, 기분이 나빠짐, 머리가 멍해지는 증상(뇌 안개) 등 갱년기 증상을 완화하는 데 쓰는 약물이다.
영국 왕립약사회(RPS)에 의하면 HRT 치료제의 처방은 2017년 1월 약 23만8000건에서 2021년 12월 약 53만8000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이처럼 HRT 치료제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은 갱년기(폐경기)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고 의사들의 약물에 대한 자신감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영국 제약업체의 공급 부족은 심각하다. 이 때문에 여성들이 다른 사람의 처방전으로 몰래 약을 사는 사례가 늘었고, 일부 여성은 약을 복용하지 못해 심각한 갱년기 증상을 겪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보건부(DH)는 자국 내에서 팔리는 70개 HRT 치표제의 대부분이 순조롭게 공급되고 있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에스트로겔’ 등 일부 품목이 공급 부족을 빚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지난 4월말 정부는 제약업계와 협력, HRT 치료제를 추가 공급하기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다.
영국 보건부는 이 치료제를 3개월 이상 처방받은 여성들에게는 처방비를 추가로 물리지 않도록 했다. 또한 내년 4월부터 여성들이 18.7파운드만 내면 1년 동안 HRT 치료제를 처방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소득 수준이 낮은 계층의 건강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한편 미국 코넬대 의대·애리조나대 의대 공동연구 결과에 따르면 폐경은 뇌의 회백질을 감소시키고 혈류에 나쁜 영향을 미쳐 뇌까지 변형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뇌의 모양이 일단 바뀌면 심할 경우 전혀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갱년기 초기에 HRT 치료제를 투여해 이런 심각한 변화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