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왜 멘솔 담배를 금지할까?
미국이 멘솔 담배 판매를 중지 대열에 2024년 합류한다. 캐나다(2017년), 브라질(2018년), 유럽 연합(2020년) 등의 뒤를 잇는 형국이다.
한국도 가향 담배를 규제하자는 내용의 관련 법률 제개정안이 2017년부터 국회에 제출되고 있으나, 아직 본격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고 따라서 규제는 전무하다.
멘솔 등 가향 담배는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로울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덜 해롭지 않다"고 밝혔다. 즉, 일반 담배와 똑같이 해롭다는 것. 그럼 굳이 가향 담배를 금지하는 이유는 뭘까?
◆열 명 중 넷 = 가향 담배는 미국 연초(궐련) 시장의 30% 정도를 차지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국의 가향 담배 판매 비중은 2011년 6.1%에서 2020년 38.4%로 급증했다. 국내 연초 흡연자의 4할이 멘솔 등 가향 담배를 피우는 셈이다.
◆청소년 = 더 중요한 문제는 가향 담배 흡연자의 과반이 청소년이라는 점. CDC에 따르면 미국의 12~17세 흡연자 중 54%가 멘솔 담배를 피운다. 흡연을 막 시작한 청소년은 일반 담배의 텁텁하고 거친 맛을 순화하는 가향 담배에 끌릴 수밖에 없다. 2020년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의 62.7%가 가향 담배로 흡연을 시작했다. 가향 담배가 청소년을 흡연으로 이끄는 관문 역할을 하는 셈이다. 미국은 인종 문제도 있다. 백인 흡연자 중 멘솔 담배를 피우는 이는 29%지만, 흑인은 85%에 달한다. 흑인 시민 단체는 멘솔 담배 판매 금지를 꾸준히 청원해 왔다.
◆금연 애로 = 멘솔 등 가향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금연이 어렵다는 연구 결과도 여럿이다. 2017년 질병관리청의 국내 흡연자 조사에 따르면 가향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흡연자로 남을 확률이 일반 담배 흡연자보다 1.4배 높았다.
◆유해 물질 = 지금까지 연구에 따르면 멘솔 등 가향 담배는 일반 담배만큼 해롭다. 그러나 흡연 습관까지 고려하면 더 해로울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박하 향이 호흡기 신경을 둔하게 해 연기를 더 깊숙이 마시는 탓에 니코틴 의존이 심화할 수 있다. 그 밖에 과일이나 초콜릿 향 등의 가향 담배는 합성 첨가물 때문에 흡연 시 발암 물질이 더 많이 생긴다는 연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