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건강기능식품 먹다가 오히려 관절 망친다?
[노윤정 약사의 건강교실]
가자추출물, 천심련추출물, 타히보추출물. 2022년 4월까지 새롭게 허가된 관절 또는 연골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의 기능성을 허가받은 신규 개별인정 건강기능식품 원료들이다. 2021년 말 기준으로 관절 또는 연골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 원료는 고시형이 5개, 개별인정 원료는 29개로 총 34종류다. 이 중 실제 건강기능식품에 사용되는 원료는 더 적음에도 매년 새로운 관절건강기능식품 원료가 개발연구 및 허가되고 있다.
이런 흐름은 해외도 비슷한데, 액티브 시니어들의 주요한 건강 관심사로 ‘관절’이 꼭 포함되기 때문으로 예상된다. 액티브 시니어란, 은퇴 이후에도 건강하고 활기차게 소비생활과 여가생활을 즐기며 사회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노년층을 말한다. 우리말로는 ‘활동적 장년’이라 하는데, 이 시기에 활기찬 사회생활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기저기 돌아다닐 수 있는 관절의 움직임에 무리가 없어야 한다.
◆ 세포시험, 동물시험 그리고 인체적용시험을 거치는 건강기능식품 원료
건강기능식품 원료는 크게 고시형과 개별인정 원료로 나뉜다. 고시형 원료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정한 원료의 제조 및 관리 규격만 통과하면 다수의 업체가 원료 및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반면, 개별인정 원료는 기존에 국내에서 사용 경험이 없던 원료로서 각 업체가 식약처에 원료의 기능성을 허가받기 위한 별도로 자료를 제출한 후 허가받은 업체만 해당 원료를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개별인정 원료를 허가받은 업체가 원료사라면, 원료사에서 지정한 업체에서만 그 원료로 제품을 생산하고, 원료 및 제품을 함께 다루는 업체가 허가받았다면 대개 해당 업체가 독점적으로 원료를 사용한다.
이런 이유로 개별인정 원료는 일반적으로 고시형 원료보다 가격이 비싸다. 개별인정 원료도 허가받은 지 6년 이상 지나고 시중에 유통되는 제품이 많아지면 고시형 원료로 전환되기도 하나, 원료의 생산방식이 까다롭고 생산량이 적어 다수의 업체가 같은 품질로 생산하기 어려운 원료라면 장기간 개별인정 원료로 유지되기도 한다. 참고로 개별인정 원료에서 고시형 원료로 전환되면 원료 생산 업체가 증가해 대부분 원료가격이 감소하며 제품의 가격도 낮아진다.
간혹 비싼 가격 때문에 개별인정 원료가 고시형 원료보다 더 좋고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개별인정 원료와 고시형 원료 모두 사람이 섭취했을 때 해당 기능성이 나타나는 작용기전을 뒷받침하는 세포시험 및 동물시험과 인체적용시험에서 섭취하지 않은 그룹 대비 해당 원료를 섭취한 그룹에서 긍정적 변화가 있어야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허가된다. 예를 들어, 동물시험에서 연골세포의 수가 증가하고 관절의 염증을 억제해도 인체적용시험에서 섭취하지 않은 그룹과 특별한 차이가 없다면 관절 또는 연골 건강 기능성을 허가받을 수 없다. 그럼, 최근에 허가받는 개별인정 원료와 기존에 사용되던 고시형 또는 개별인정 원료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 점점 하루 섭취량이 낮아지는 새로운 관절건강기능식품 원료들
가장 큰 차이점은 관절 또는 연골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각 원료의 하루 섭취량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원료의 섭취량이 감소한다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먹어야 하는 캡슐이나 정제의 양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장년층(시니어)이 되면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으로 이미 복용하고 있는 약도 많은데 관절 건강을 챙기고자 섭취하는 건강기능식품도 많다면 제대로 챙겨먹기 어렵다. 이러한 불편함을 완화하고자 복합물 형태로 섭취량을 줄이는 원료도 있고, 기존의 원료보다 더 효과적인 원료를 찾기 위한 연구개발 투자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관절 또는 연골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 원료는 크게 연골의 염증반응을 억제하는 성분과 연골의 구성성분으로 나뉜다. 예를 들어, MSM, 초록입홍합추출오일, 보스웰리아추출물 등은 염증반응을 억제하는 원료고, N-아세틸글루코사민이나 콘드로이친 등은 연골의 구성성분으로서 활용된다. 연골이 파괴되는 것은 기본 염증 관련 사이토카인의 분비량과 관련되지만, 염증과 함께 세포외기질분해효소의 합성과 활성이 증가하면서 연골의 기본구조도 손상되어 관절의 부하를 견디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관절건강기능식품을 똑똑하게 활용하려면 두 가지 기능성의 원료를 함께 활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 관절 건강기능식품은 적절히 활용될 때 의미있어
보통 질환을 치료할 때 치료약과 함께 해당 질환에 도움 되는 음식도 챙겨먹는다. 관절 또는 연골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 또한 그와 같은 개념으로 활용하면 된다. 그런데 관절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하면서 많은 분들이 이런 실수를 한다. 바로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한 후 관절의 움직임이 편안해지면서 무리하게 신체활동을 늘렸다가 도리어 관절이 더 안 좋아지는 것이다.
관절 건강기능식품이 관절 및 연골의 염증을 완화하고 연골의 회복에 도움을 주지만, 너무 과하게 관절의 움직임을 늘렸을 때 생기는 부담까지 감당할 순 없다. 예를 들어, 평상시 달리기를 하던 분이 최근 무릎에 불편함을 느껴 관절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하면서 기존의 운동량을 유지했을 때 무릎이 더 편안해졌다면 이건 똑똑하게 건강기능식품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평소 무릎이 아파서 바깥 활동이 적었던 사람이 관절건강기능식품 섭취 후 불편함이 조금 나아졌다고 급작스레 등산이나 달리기, 또는 무리한 작업을 한다면 이건 문제가 생긴다.
관절염으로 약을 복용하거나 파스를 자주 사용하는 분, 심한 통증으로 연골에 주사를 맞은 분들도 비슷한 실수로 관절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파스를 붙이고 해당 관절 부위의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활동량을 늘렸다가 염증이 악화되는 사례는 매우 흔하다. 관절건강기능식품은 건강한 관절 생활습관과 함께 적절히 활용되면 의미있다. 다수의 제품을 번갈아가며 과하게 관절건강기능식품에 기대는 습관을 지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