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도 진단하는 ‘스마트 변기’ 시대 온다"

스마트 변기(smart toilet)'가 일상화될 날이 멀지 않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당신의 변기는 매일 당신의 건강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흘려 보낸다. 소변과 대변에는 식단에 부족한 영양소부터 코로나19를 포함한 주요 질병까지 광범위한 조건을 밝혀낼 생체지표(biomarker)가 담겨 있다. 병원에서 비싼 돈을 주고 불편하게 검사를 받지 않아도 집의 화장실에서 이런 검사와 진단이 가능하도록 할 ‘스마트 변기(smart toilet)'가 일상화될 날이 멀지 않았다. 최근《네이처》에 발표된 미국 스탠포드대 의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미국 건강의학 포털 웹엠디가 27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스마트 변기의 짧은 역사

1596년 영국의 존 해링턴 경이 현대적인 수세식 변기를 개발했다. 1700년대에 이르러 유럽인들은 비데와 다른 사치스러운 특징으로 변기를 개선했다. 오늘날의 변기는 여러분의 엉덩이를 씻고, 덥혀주고, 공기 건조해줄 뿐만 아니라 모바일 장치를 이용해 목표물을 비추고, 음악을 틀고, 방향 요법을 추가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건강 검진과 관련한 기술은 비교적 최근에 연구돼 왔다. 스탠포드대 의학교수로 고인이 된 산지브 샘 감비르(1962~2020)는 1980년대부터 스마트 화장실 기술을 연구해왔다. 그의 목표는 정밀 건강으로 알려진 조기 발견과 예방에 건강관리의 초점을 맞추는 것이었다. 감비르의 동료인 한국계 박승민 연구원이 이를 이어받아 연구를 진행 중이다.

박 연구원은 소변과 대변을 분석하는 스마트 화장실의 원형인 ‘카나리아’를 설계했다. 카나리아는 대변의 양, 빈도, 색, 그리고 일관성을 평가하고, 혈액이나 점액의 존재를 확인하고, 시간에 따른 변화를 추적할 수 있다. 또 다른 스마트 화장실은 또한 혈변이나 다른 문제를 검사하기 위해 스캔 기술을 사용한다. 미국 듀크대 연구진은 2021년 대변의 일관성과 혈액의 존재를 분석한 새 버전의 스마트 변기를 공개했다.

박 연구원의 새로운 스마트 화장실 개념은 이보다 진일보했다. 코로나19를 포함한 특정 질병을 식별할 수 있는 자동화된 분변 샘플링 및 분석 시스템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바이러스: 통합 진단(COV-ID)'이란 별칭을 지닌 박 연구원의 새 스마트 화장실은 기계식 로봇 팔을 이용해 샘플을 수집하고 검사한다는 구상을 포함한다. 사용자는 먼저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해 테스트에 동의하면 검사 결과는 15분 후에 나온다.

가장 큰 차별점은 단순히 환자를 진단하는 것이 아니라 "역학 연구 차원에서 바이러스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박 교수는 말한다. 그는 “코로나19 RNA의 존재를 대변을 통해 빈번하고 광범위하게 검사하는 것은 바이러스의 행동 방식을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의 대변 샘플을 여러 번 채취함으로써 질병이 진행되고 종료될 때 바이러스 유출을 관찰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이는 왜 코로나19의 미스터리, 왜 어떤 사람은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무증상인 반면 다른 사람은 증세가 몇 주나 몇 달간 지속되는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가까운 화장실이 스마트 화장실 될까?

적절한 자금 지원과 FDA 승인이 이루어진다면 박 연구원팀이 구상하는 코로나19 추적 화장실은 향후 3년 내에 이용 가능할 것이다. 일부 스마트 화장실 시제품은 이미 존재하고 있으며 1년 정도 내에 일반인들이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박 연구원은 말했다. 이러한 모델은 앉아 있는 시간, 첫 번째 배변까지의 시간, 색과 모양 및 일관성 같은 일반적 정보를 수집한다. 이는 수분이나 섬유질 섭취가 더 많이 필요하든 등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 해야 할 신체적, 행동적 변화를 가져오게 할 수 있다.

신체의 화학적 구성 같은 더 많은 건강지표를 분석하는 것은 아직 미래의 기술이다. 암 진단이 가능한 스마트 변기는 앞으로 5년 안에 가능할 것이라고 박 연구원은 예측했다. 현재 서서히 비밀을 풀어가고 있는 마이크로바이옴(인체에 서식하는 미생물 유전정보 전체)에 대한 연구를 반영해 과민성장증후군이나 염증성장질환 같은 빌병을 진단하고 치료로 이어질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선 7년 이상의 세월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자금 조달과 시험 이외에도 스마트 화장실이 직면하는 큰 장애물은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어떤 보안 및 건강 개인 정보 보호 규칙을 마련하느냐이다. 문제는 많다. 스마트 변기를 통해 수집한 개인데이터를 처리하고 저장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무엇인가? 변기를 통해 민감한 건강 상태를 확인하게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이 모든 것이 ‘미국 건강 보험 양도 및 책임에 관한 법(HIPAA)을 준수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박 연구원은 “사람을 돕는 걸 목표로 삼아 보안이나 개인 정보 보호와 같은 잠재적 위험보다 이점이 더 크도록 해야한다”며 “생명윤리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746-022-00582-0)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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