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밤 바를 때 손가락으로 자꾸 문질러도 될까?
유분기가 없고 피부두께가 얇아 쉽게 갈라지고 트는 입술은 보습이 자주 필요한 신체부위다. 남녀를 불문하고 수시로 립밤을 바르는 이유다. 립밤은 수분과 영양을 보충해주는 입술 보호제다. 그런데 립밤을 바를 때마다 손가락으로 입술을 톡톡 두드리는 사람들이 있다. 과연 이렇게 자주 입술을 건드려도 되는 걸까.
사람마다 선호하는 립밤 형태가 있다. 립스틱처럼 스틱 형태로 생긴 립밤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고, 튜브 형태로 입술 위에 짜서 바르길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작은 통에 담긴 립밤을 손가락으로 찍어 바르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마지막 방법은 맨손으로 자꾸 입술을 건드리게 된다는 문제가 있다.
립밤은 입술에 수분과 영양을 주고, 요즘처럼 햇볕이 강한 계절에는 자외선으로부터 입술을 보호하는 기능까지 하므로 여러모로 발라주는 게 입술 건강에 유리하다. 그런데 한 가지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수시로 손으로 입술을 건드린다는 점이다.
손가락에는 박테리아, 바이러스를 비롯해 눈에 보이지 않는 각종 미생물이 기생한다. 이런 손가락을 자꾸 립밥 통에 넣으면 이 통은 ‘페트리 접시’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페트리 접시는 세균을 배양할 때 쓰는 접시를 말한다. 립밤 통에 미생물이 번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립밤을 사용할 땐 키보드를 만지거나 마우스를 잡던 손가락을 그대로 넣어 바르지 말고 반드시 손을 깨끗이 씻은 뒤 사용해야 한다. 야외활동을 하거나 일하는 도중 수시로 발라야 하는 사람이라면 가급적 스틱이나 튜브 형태의 립밤을 쓰는 것이 좋다.
미국 콜롬비아대학교 전염병학과 일레인 라슨 교수에 따르면 립밤 안에는 박테리아의 성장을 막는 항원 물질이 들어있다. 하지만 깨끗하지 않은 손을 계속 입술에 가져다대면 이 같은 물질이 있다해도 여전히 세균이 번식하기 유리한 상황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자꾸 입술에 발진이 생기거나 헤르페스 감염증으로 고생한다면 립밤 통을 의심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컴퓨터 키보드는 물론 문손잡이, 휴대폰 등을 사용했을 때도 마찬가지로 손을 씻고 난 다음 립밤을 사용해야 한다. 손가락에 있는 박테리아 중엔 연쇄상구균, 포도상구균 등이 있는데, 포도상구균은 폐렴이 원인이 될 수 있고 연쇄상구균은 패혈성 인두염, 유행성 결막염, 뇌막염 등을 일으킬 수 있다.
‘감염과 면역(in Infection and Immunity)저널’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이러한 미생물은 자신이 기생하던 사람의 몸을 빠져나와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달까지도 생존이 가능하다. 립밤 안에서 이 같은 미생물이 충분히 번식할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반드시 손을 씻고 발라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가급적이면 아예 손가락으로 입술을 건드릴 필요가 없는 형태의 립밤을 쓰는 편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