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감염 시 중증 합병증 위험 높은 기저질환
뇌전증 환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중증 합병증 발생 위험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간질’이라고도 불리는 뇌전증은 뇌 신경세포가 일시적으로 이상을 일으켜 과도한 흥분 상태를 유발해 의식 소실, 발작, 행동 변화 등 뇌기능의 일시적인 마비 증상이 만성적,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뇌질환을 말한다. 코로나19는 기저질환을 지닌 환자들이 감염되는 경우 중증 합병증 발생과 사망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뇌전증 환자에서 코로나19 감염 위험성과 감염 시 예후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었다.
용인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유준상 교수, 김진권 교수, 이화의료원 이대서울병원 신경과 김지현 교수, 송태진 교수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개한 국내 코로나19 감염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뇌전증 유무에 따른 코로나19 감염 시 예후를 분석했다. 코로나19 감염 시 중증 합병증은 진단 후 2개월 이내에 기계호흡(인공호흡기) 적용, 중환자실 입실, 사망 여부로 정의했다.
코로나19 PCR 검사자 21만 2678명과 이중 뇌전증을 동반한 3919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뇌전증 환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기계호흡이나 중환자실 입실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 발병률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확진자 7641명 중 431명인 약 5.64%에서 중증 합병증이 발생했지만, 뇌전증 동반 확진자에서는 72명 중 13명인 약 18.06%에서 중증 합병증이 발생했다. 다만 코로나19 감염 위험과 사망률에 있어서 뇌전증 유무에 따른 유의미한 차이는 확인되지 않았다.
뇌전증은 전 세계적으로 7000만 명 이상 환자가 앓고 있는 신경학적 질환이다. 이번 연구는 뇌전증 환자의 코로나19 감염 위험성과 감염 시 예후를 밝힌 국내 첫 대규모 인구집단 대상 연구다.
유준상 교수는 “뇌전증이 코로나19 감염 확률을 높이지는 않는 것으로 보이지만, 감염 시 중증 합병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의료 현장에서 코로나19 감염 뇌전증 환자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대처해 중증 합병증 위험을 낮출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신경과학회 학술지 《Neurology(IF 9.910)》 3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