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냄새의 주범은 땀이 아닌 '이것'
샤워를 자주 해도 금세 흐르는 땀으로 인해 냄새를 풍기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을 만날 때 곤혹스럽게 만드는 냄새는 땀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몸에서 분비되는 땀은 대부분 수분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냄새는 왜 나는 걸까?
결론적으로 말해 냄새의 원인은 세균이다. 발 냄새도 발에 서식하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세균 때문에 발생한다. 땀에 의해 물러진 각질에 세균이 들러붙어 시큼한 악취를 풍기는 이소발레릭산이라는 화학물질을 만들어 낸다. 바로 이것이 발 냄새의 주범이다. 땀이 많이 나면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어서 발 냄새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여기에 혐기성 세균(공기가 없는 곳에서 사는 균)이 이차적으로 감염을 일으키게 되면 발바닥에 분화구 모양의 작은 구멍들이 생긴다. 이들이 합쳐지면 더욱 심한 악취를 풍길 수 있는데, 이를 오목각질융해증이라고 한다. 보통 통풍이 잘 되지 않는 신발을 신어 발이 축축하거나 물과 자주 접촉하는 사람, 발에 땀이 많은 젊은 남성이나 군화를 신는 군인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발 냄새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발을 건조하게 유지하고 통풍이 잘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화 등과 같은 밀폐된 신발보다는 샌들이나 통풍이 되는 재질의 신발을 신고 실내에서는 신발을 벗거나 슬리퍼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땀을 많이 흘린 후에는 먼저 발을 깨끗이 씻고 잘 말려야 한다. 발냄새를 줄이기 위해서는 항균 비누나 세정제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신정원 교수는 “마늘이나 카레, 술과 같은 특정 음식도 악취증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면서 “식초를 탄 물에 발을 담그는 등의 민간요법은 발 냄새를 오히려 악화시키거나 피부 질환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이처럼 위생상태를 개선한 후에도 심리적인 요인에 의해 땀이 과다하게 분비된다면 다한증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약물 요법이나 발바닥에 미세한 전류를 흘려보내는 치료, 보톡스나 수술 등 의사와 상담 후 증상에 따라 치료법을 결정하게 된다. 드물지만 비만, 당뇨, 갱년기 증후군, 갑상선기능 항진증 등의 내분비계 질환이 있는 경우는 내과적인 치료가 요구되기도 한다.
심한 악취와 함께 발바닥에 구멍이 뚫리는 오목각질융해증이 발생하면 병원을 방문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 신정원 교수는 “오목각질융해증을 흔히 무좀과 혼동해 집에서 치료하다 실패하는 경우가 있는데, 반드시 피부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
무좀은 발 냄새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하지만 땀이 많이 나면 무좀이 생기는 경우가 흔하므로 역시 의사 상담이 권장된다. 발냄새 제거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발을 청결하고 건조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생활습관만 바꿔도 봄철 발 건강을 지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