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켜고 자면 당뇨·심장병 위험 높아지는 이유 (연구)
숙면을 취하려면 어두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좋다. 밝은 환경에서의 수면이 여러 질환을 부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불을 켜고 잔다거나 TV를 켜고 자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선택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건강을 고려한다면 좋은 수면 습관이 아니다.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에 발표된 새로운 연구에 의하면 밝은 환경에서 취하는 수면은 여러 방식으로 건강에 해를 가할 수 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연구팀이 20명의 젊은 성인들을 대상으로, 수면과 건강의 상관성을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실험참가자의 절반은 하루는 어두운 방에서 잠을 자도록 했고 이튿날은 머리맡에 조명을 두고 잠을 자도록 했다. 또 다른 실험참가자 절반에게는 이틀 연속 어두운 방에서 자도록 했다.
그 결과, 두 그룹은 건강지표에 있어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우선 인슐린 저항성 수치는 머리맡에 조명을 두고 잔 그룹에서 높았다. 인슐린 저항성 수치가 높다는 것은 우리 몸이 인슐린 자극에 둔감해져 정상적인 양에는 반응하지 못하는 상태라는 의미다.
조명을 두고 잔 그룹은 심박동수도 더욱 빨랐다. 이는 잠들어 있어도 자율신경계가 활성화돼 있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심박동수는 낮에 높고 밤에 더 낮은 것이 심혈관계 건강에 유익하다.
이러한 실험 결과는 곧 잠을 잘 때 주변에 빛이 있으면 체내 포도당과 심혈관 조절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두 가지는 모두 만성질환과 연관성이 있다는 점에서 잘 조절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실험은 이틀이라는 단기간의 효과를 확인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단 하루만 잠 잘 때 조명에 노출돼도 심장병, 당뇨병, 대사증후군의 위험인자인 포도당, 심장·혈관 조절 등에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행동에 관한 뇌 연구(Behavioral Brain Research)≫에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낮 시간대에 빛에 노출되면 정신을 맑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즉, 빛은 나른한 오후에는 필요한 부분이지만 숙면을 취하고자 하는 밤 시간대에는 불필요하다.
또, 2019년 ≪미국의학협회 내과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Internal Medicine)≫에 실린 논문에 의하면 수면 중 빛 노출은 '체중 증가'와도 연관성을 보인다. 과체중, 비만 역시 다양한 만성질환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조명이나 TV 불빛이 있어야 잠이 잘 온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우리 뇌는 빛이 있는 환경과 그렇지 않은 환경의 차이를 감지하고 빛이 있을 때는 '파편화된 수면'을 유도해 궁극적으로 건강지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번 연구는 소규모로 진행된 만큼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연구팀은 수면 시 받는 빛이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만은 명확하다고 보고 있다. 자기 전 TV를 끄고, 밝은 빛을 피하기 힘든 환경이라면 안대를 착용하고, 그래도 조명이 필요하다면 은은하고 어두운 조명을 사용해야 한다는 게 연구팀의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