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비소세포폐암환자, 타브렉타로 생존기간 3배 가량 길어져
한국노바티스가 최초 MET 엑손14 결손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타브렉타'를 지난달 국내에 선보였다. MET 엑손14 결손 비소세포폐암은 비소세포폐암 전체 환자의 3~4%를 차지하는데, 이번 치료제가 유용한 치료 옵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김상위 교수는 12일 타브렉타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폐암은 국내 암 발생 순위 3위로, 그 중에서도 비소세포폐암은 원격 전이 시 5년 상대생존율이 8.9%에 불과하다"면서 "특히 대표적인 MET 변이인 MET 엑손14 결손 비소세포폐암은 예후가 불량해 의료 수요가 높은 질환"이라고 말했다.
MET은 염색체 7번 장완(긴팔)에 위치한 원종양유전자다. 간세포성장인자(HGF)와 결합하면 MET 경로가 활성화되고 세포 생존과 성장, 증식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MET 경로에 조절 장애가 생기면 종양 세포의 증식, 전이를 촉진할 수 있다.
타브렉타는 MET 수용체인 티로신 키나아제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기전의 약물이다.
세포 내 수용체의 인산화 효소 영역에 결합해 MET 인산화 반응을 차단하고, MET이 주요 하위 신호 전달경로를 비정상적으로 활성화하는 것을 막는다. MET 엑손14 결손이나 MET 증폭을 보이는 폐암에서 유래된 종양의 성장을 퇴행시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MET 엑손14 결손이 확인된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지난달 국내 출시돼 조만간 환자들이 약제를 받을 수 잇다. 미국에서는 같은해 5월 승인됐다.
주요 임상시험(GEOMETRY mono-1) 결과에 따르면, 타브렉타를 투여한 환자 중에 이전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에서는 68%, 이전 치료를 받은적 있는 환자에서는 41%의 객관적 반응률이 나타났다.
또한 이전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의 68%, 이전 치료 유경험 환자의 82% 등 대부분 환자가 타브렉타 치료 시작 후 7주 이내에 빠른 반응을 보였다.
뇌 전이 치료에서도 긍정적 효과를 나타냈다. 뇌 전이가 있는 비소세포폐암 환자 13명의 객관적 반응률을 사후 분석한 결과, 완전반응을 보인 4명을 포함해 12명(92%)에서 질병 통제가 확인됐다.
임상에 참여한 한국인을 대상으로 이후 분석한 결과에선 전체 생존기간이 연장된 것으로 드러났다. 타브렉타 치료를 받은 환자 8명의 전체 생존기간은 평균 21.5개월이었고, 그렇지 않은 환자는 7.5개월에 그쳤다.
김상위 교수는 "최근 타브렉타와 같은 유전자 변이 표적치료제가 국내에서 속속 허가되고 있는 만큼, 유전자 변이가 많은 비소세포폐암 치료를 결정할 때는 환자가 가진 암의 분자병리학적 정보를 우선 확인하고 이에 맞춰 치료제를 선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MET 엑손14 결손 진단과 관련해선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으로 충분히 진단할 수 있으며, 유전자증폭(RT-PCR)도 사용 가능하다"며 "RT-PCR의 정확도가 더 높다고 하기는 어렵고, NGS 결과를 받는 데까지 2~3주 이내로 기간이 짧아지고 있고 비용도 국내가 가장 저렴한 편"이라고 했다.
한편 폐암은 전세계 사망 1위 암종으로, 국내에선 연간 2만8000명 이상 환자가 폐암을 진단받고 약 1만8000명이 사망한다. 5년 상대 생존율은 32.4%지만 원격전이가 동반되면 8.9%까지 급감한다.
비소세포폐암은 전체 폐암의 약 85%를 차지하며,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약 92.4%가 유전자 돌연변이를 보유하고 있다. 환자 10명 중 9명 이상이 가지고 있는 셈이다. EGFR(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변이가 30.3% 정도로 가장 많고, KRAS 변이가 약 29.9% 차지한다.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에서는 엑손20 삽입변이 환자 치료제인 '리브레반트'를 얀센이 최초 생물학적제제로 내놓았다. EGFR과 MET 유전자 변이를 동시 타깃으로 하는 이중특이항체로, 지난해 5월 미국에서 허가받았으며 국내에선 심사를 거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브레반트는 유한양행이 개발한 국산 신약 '렉라자'(레이저티닙)를 포함해 단독요법과 병용요법으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유한양행의 렉라자는 국산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EGFR 표적 항암제로 생긴 내성을 극복하기 위해 개발한 3세대 표적 치료제다. 특히 뇌 혈관 장벽을 통과할 수 있어, 뇌 전이의 폐암 환자들에게 효과적인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