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불치병이어서 병원 안 간다고요?

[이성주의 건강편지]

제 1517호 (2022-04-11일자)

파킨슨병의 날, 환자와 가족에게 응원 목소리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755년 오늘(4월 11일) 영국 런던의 한 의사 집안에서 제임스 파킨슨이 태어났습니다. 보통선거 도입을 비롯한 사회개혁을 주장한 진보정치가이자 고생물학자, 지질학자로도 활약했지만 역사는 그가 62세 때 발표한 보고서를 기억합니다.

파킨슨은 의사로서 ‘떨리는 마비에 대한 에세이(An Essay on the Shaking Palsy)’를 발표하며 독특한 마비가 생기는 환자들의 특징을 정리했고, 60년 뒤 프랑스의 신경병리학자 장 마르탱 샤르코가 첫 보고자의 이름을 따 이 병에 ‘파킨슨병’이란 이름을 붙였지요. 우리나라에선 한때 ‘파킨슨씨 병’이라고도 불렀지만, 병 이름에 ‘씨’자를 없애는 표기원칙의 도입으로 지금 이름이 정착됐고요.

오늘은 파킨슨의 생일을 기린 ‘세계 파킨슨병의 날’입니다. 두 번이나 방한한 교황 바오로 2세, 미국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 권투 선수 무하마드 알리. 영화배우 마이클 제이 폭스와 국내 정치인 김근태, 김홍일 등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병이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이 파킨슨병은 특별한 사람이 걸리는 희소병으로 알고 있습니다. 파킨슨병은 65세 이상 100명 가운데 1~2명이 걸리는 흔한 병입니다. 우리나라 전체 파킨슨병 환자의 20%가 50세 이하라는 조사결과도 있는 만큼, 젊은 사람도 걸릴 수 있는 병입니다.

파킨슨병은 뇌 기저핵의 흑색질 부위에서 신경세포들이 죽어 신경전달물질 도파민 분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원인으로 밝혀졌지만 왜, 어떻게 병이 진행되는지 정확한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다만, 일찍 발견해서 약물치료와 운동요법을 병행하면 병의 진행을 늦추며 삶을 관리할 수 있으며, 병과 관련된 유전자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으므로 조만간 병을 제대로 치료하는 시기가 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파킨슨병은 움직임이 느려지고, 손과 발이 떨리며, 몸이 뻣뻣해지는 3대 증세가 알려져 있지만 이들 증세 없이 병이 진행되기도 합니다. 손떨림은 주로 쉴 때 한쪽 손에 오고, 서 있을 때 상체가 앞으로 기울어지거나 자주 균형을 잃기도 합니다. 걸을 때 첫발을 내딛기 어려워지고 한쪽 다리를 끌면서 걷기도 합니다. 잘 때 침대에서 돌아눕기가 어렵고 소변이 자주 마렵기 때문에 수면장애가 올 수도 있습니다. 또 악몽을 선명하게 꾸거나, 꿈에서 하는 행동을 실제로 하기 때문에 옆에서 자는 사람이 다치기도 합니다. 음식 삼키기가 어려워지거나 변비, 요실금 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파킨슨병은 약이 듣지 않는다’는 돌팔이들의 꾀임에 빠져서 ‘비법’을 따른다며 정상적 치료시기를 놓치는 환자가 적지 않은데, 완치는 아닐지라도 약물치료와 운동요법, 식사조절로 병의 진행을 늦추며 생활할 수 있으므로 정상 치료를 포기하면 안됩니다. 약물 레보도파를 복용하면 2, 3년 부작용 없이 증세를 개선할 수 있으며 이후에 많은 환자에게서 약 기운이 떨어졌을 때 증세가 심해질 수 있지만 상당수는 대체약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운동장애는 뇌에 전극을 심어 전기자극으로 치료하는 뇌심부자극수술(DBS), 전기열로 뇌 이상 부위를 지지는 고주파응고술 등으로 조절할 수 있으며 최근엔 뇌초음파수술도 뛰어난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뇌와 유전자에 대한 연구결과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고 여러 약들의 임상시험도 진행되고 있어 절대, 절대 포기해선 안됩니다.

파킨슨병은 일찍 발견해서 치료를 빨리 받을수록, 삶의 질이 좋아집니다. 파킨슨병 환자에 대한 편견도 사라져야 할 겁니다. 누구나 걸릴 수 있고, 남의 병이 아니라 우리의 병입니다. 오늘 ‘세계 파킨슨병의 날’에 모든 파킨슨병 환자와 가족들에 응원의 목소리를 보탭니다. 힘 내시고 잘 관리해서 꼭 병마 이겨내세요! 새 차원의 치료제들 소식이 들리고 있으니….


[오늘의 음악]

진달래, 벚꽃이 활짝 폈습니다. 봄노래 두 곡 준비했습니다. 첫곡은 모차르트의 ‘봄을 기다리며(Sehnsucht nach dem Frühlinge)’를 에리카 쾨트의 목소리로 준비했습니다. 둘째 곡은 김동환의 시에 김동진이 곡을 붙인 가곡 ‘봄이 오면’을 신델라가 부릅니다. 신데렐라를 떠올리게 하는 신델라는 인기 소프라노의 이름이면서, 최근 각광받고 있는 암치료법의 이름이기도 하지요?

  • 봄을 기다리며 - 에리카 쾨트 [듣기]
  • 봄이 오면 - 신델라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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