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마시면 쾌변하는 이유 (연구)
어떤 사람들에게 커피는 활력을 줄 뿐 아니라 배변도 활발하게 해준다. 커피를 마신 지 몇 분 만에 많은 사람들이 화장실로 달려가는 경우가 많지만 그 이유에 대한 연구는 의외로 많지 않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커피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들이 있다며 CNN이 4일 보도한 내용이다.
커피를 마시는 것이 따뜻한 물보다 배변을 유도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작은 연구들이 있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이런 효과는 카페인이 있건 없건 발생한다. 커피에 들어있는 카페인 외의 화합물이 갑작스러운 배변의 원인이 될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 커피가 대장 수축을 가져올 수 있다
우리 몸의 대장은 3가지 종류의 수축을 겪는다. 혼합과 반죽, 배출이다. 이러한 수축의 발생, 시기 및 빈도는 근육, 신경, 화학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커피가 그 화학적 요인의 하나로서 대장운동의 수축을 자극할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1998년 미국 아이오와대 연구진은 12명의 자원자의 대장에 센서가 달린 탐침을 삽입하고 10시간 동안 따뜻한 커피, 물, 음식을 무작위로 먹게 했다. 그 결과 물에 비해 커피와 음식이 대장 수축과 압력을 더 많이 유발했다. 카페인이 들어간 커피는 물보다 대장 운동 활동을 자극하는데 60%, 카페인이 없는 커피보다 23% 더 효과적이었다.
1990년 영국 로열 햄프셔 병원의 연구진은 커피를 마시면 대변을 보고 싶은 충동이 생기는 17~27세 남녀 92명을 대상으로 비슷한 실험을 했다. 이들의 대장 활동은 무가당 블랙커피를 마신 지 4분 만에 증가했는데, 이 효과는 최소 30분 동안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매사추세츠종합병원 소화관 운동연구소 소장이자 하버드대 교수인 카일 스톨러는 커피가 대장 내벽을 직접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위 내벽을 자극해 신경계나 호르몬 반응을 유발함으로써 대장수축을 가져오는 것으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장 수축은 대장 내 대변을 직장으로 움직이게 해 배변충동을 일으키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대장수축을 가져오는 화합물이 멜라노이딘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멜라노이딘은 커피 로스팅 과정에서 형성되는 갈색의 달착지근한 화합물로 소화를 돕고 변비를 예방하는 식이섬유를 함유하고 있다.
◆ 호르몬과 위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스톨러 교수는 커피가 위산을 생성시키는 가스트린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위산은 음식 소화를 돕고 대장 활동을 촉진할 수 있다.
1986년의 연구에 따르면 카페인 커피나 디카페인 커피 모두 가스트린 수치를 빠르고 유의하게 증가시켰다. 2009년의 소규모 연구에서 블랙커피를 마시면 식사 후 음식이 위를 떠나 소장으로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상당히 빨라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스톨러 교수는 “커피의 일부 화합물은 소화관(GI Tract)의 오피오이드 수용체와 상호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피오이드 수용체는 다양한 세포내 신호전달 과정을 조절하므로 대장의 수축을 촉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유제품 및 소화기 건강
만약 당신이 우유를 소화 못하는 유당불내증이 있음에도 밀크커피를 좋아한다면 유제품 크림이 갑작스러운 대변 충동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영양학 및 식이요법학회 대변인인 젤린 존스 박사는 “유제품 크림이나 우유 없이 커피를 마시고 며칠 동안 배변충동이 있나 없나 관찰해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 연구를 보면 커피를 마시는 것이 소화에 이롭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규칙적인 배변을 위해 모닝커피를 마시는 것이 바람직할까? 스톨러 교수는 변비증세가 있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존스 박사는 “배변활동을 위해 커피에 의존하는 것은 피하라”며 “정기적으로 화장실에 가는 데 문제가 있다면 의사와 상의하라”고 말했다. 그는 커피보다는 “과일, 채소, 통곡물, 콩, 견과류, 씨앗으로 식이섬유 섭취량을 천천히 늘릴 것”을 권했다. 2020~2025년 미국 식이가이드라인은 성인에게 하루에 25~30g의 섬유질 섭취를 권장하지만 미국 성인은 평균 12~14g의 섬유질만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