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대비는 '펑펑'·기부금은 '0원', 장사치속 제약기업은?
코로나19를 핑계로 제약업체들이 기업이윤의 사회 환원 척도로 평가받는 기부금 지출을 대폭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부 업체들은 매출 향상을 위해 거래처 등에 대한 접대비는 펑펑쓰면서, 기부금은 단 1원도 지출하지 않는 인색한 경영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코메디닷컴이 상장 제약기업 73개사(바이오기업 및 지주회사 제외)의 2022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 업체들이 지난해 지출한 기부금 액수는 448억 3,700만원이었다.
이는 2020년의 630억 4,400만원 대비 29% 감소한 것이다. 지난해 이들 조사 기업 제약사의 매출 증가율은 평균 7%였다.
코로나19라는 상황을 핑계로 제약사들이 지출을 억제했고, 매출 향상에 도움이 안 되는 기부금을 대폭 축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접대비 지출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사업보고서상에 접대비 지출액을 공개한 51개 제약사들은 2020년 대비 지난해 접대비 지출을 13% 늘렸다.
접대비는 일반적으로 회사의 업무와 관련해 접대, 교제, 사례 등의 명목으로 거래처에 지출한 비용이나 물품 등을 말한다.
회사 경영과 매출 향상을 위해서는 비용을 과감히 지출하지만,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 척도로 평가되는 기부금 지출을 줄이는 '장사치적(?)'인 경영을 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상장 제약기업중 지난해 가장 많은 기부금을 지출한 회사는 유한양행으로 66억 3,500만원이었다. 뒤를 이어 유나이티드제약 40억 6,500만원, 동국제약 39억 4,700만원, 한미약품 35억 9,500만원, HK이노엔 33억 9,000만원, 녹십자 30억 8,600만원, 광동제약 27억 7100만원, 대웅제약 25억 9400만원 등 10억 이상 지출한 제약사는 11곳으로 집계됐다.
반면, 대한뉴팜, 코오롱생명과학, 대한약품, 현대약품, 화일약품, 에이프로젠제약, 서울제약, HLB제약, 지엘팜텍 등 9개사는 기부금을 1원도 지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뉴팜은 지난해 접대비 지출액은 45억 4,700만원으로 2019년 대비 12%를 늘렸다. 그러나 기부금은 최근 4년간 총 1억 3,000만원을 지출하는데 그쳤고, 2018년, 2020년, 2021년은 기부금 지출이 단 1원도 없었다.
수액제 전문기업은 대한약품은 최근 4년간 기부금 지출 내역이 없는 것으로 사업보고서를 통해 나타났다. 지난해 지출한 접대비는 4억 300만원으로 2020년 대비 43% 늘었다.
지난해 매출 1398억을 기록한 중견 제약사인 현대약품이 최근 4년간 지출한 기부금은 500만원에 불과했다. 2018년, 2019년. 2021년은 기부금 지출액이 0원이었다. 같은 기간 동안 지출한 접대비는 총 5억8,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원료의약품 전문기업인 화일약품은 최근 4년간 지출한 기부금 총액은 500만원에 불과했다. 2018년과 2019년 각각 100만원, 2020년 300만원이고, 지난해는 지출 기록이 없다. 반면 4년간 지출한 접대비 총액은 19억 2,000만원에 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