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용 스펀지는 박테리아의 인큐베이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주방에서 설거지할 때 사용하는 스펀지가 다양한 세균의 온상이라는 점은 여러 연구로 밝혀졌다. 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음식물 찌꺼기 때문만이 아니라 스펀지의 구조가 실험실의 페트리 접시보다도 더 다양한 박테리아를 키우는데 적합한 구조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새로 발표됐다. 최근 《네이처 생화학》에 발표된 미국 듀크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미국 건강의학 포털 ‘웹엠디’가 30일 보도한 내용이다.

듀크대 의공학과 링총 유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박테리아가 다른 종과 만났을 때 개체수에 각각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조사했다. 그 과정에서 주방용 스펀지가 서로 다른 박테리아들이 공존하기에 딱 알맞은 구조라는 것을 발견했다.

박테리아는 사람과 비슷해 어떤 박테리아는 사교적이고 외향적이라 공동체 생활을 선호하는 반면, 어떤 박테리아는 과묵하고 내향적이라 다른 박테리아와 섞이기를 싫어한다. 그래서 여러 종류의 박테리아를 평면 구조의 페트리 접시에 담으면 외톨이 성향의 박테리아는 숨을 곳을 찾지 못해 도태되곤 한다.

반면 주방용 스펀지는 여러 칸으로 나뉜 층층 구조로 이뤄져 있어 외향적 박테리아를 위한 넓은 공간과 내성적 박테리아를 위한 작은 공간을 함께 제공하기에 다양한 박테리아가 공존할 수 있다는 것. 한마디로 세균이 번식하기에 완벽한 구조라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스펀지를 대신할 설거지 용품의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헝겊이나 솔이 스펀지만큼이나 다양한 미생물집단을 수용할 가능성은 적다. 연구진의 발견은 설거지할 때 스펀지를 피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뛰어넘는 이점이 있다. 특정 환경이 미생물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는 것은 박테리아를 사용하여 다른 일을 하는 산업에 유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름을 먹는 미생물은 원유가 유출됐을 때 정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들 미생물이 어떤 환경에서 가장 잘 자라는지를 파악하면 이런 정화 작업의 효율을 더 높일 수 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9-021-00961-w)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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