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척뒤척 불면의 밤… 어떤 음악이 잠 부를까
날이 어두워져도 일상생활을 하는데 별다른 지장이 없는 시대가 됐다. 조명이 발명된 이래 깜깜해지면 자야한다는 인간의 생체리듬 법칙이 깨지기 시작한 것이다. 늦은 밤이면 TV 전파 송출을 멈추던 시절에는 그나마 자정쯤 잠드는 가정이 많았지만, 지금은 24시간 언제든 TV를 볼 수 있는데다 스마트기기까지 이용할 수 있어 밤낮 구분 없는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로 인해 수면장애를 겪는 사람도 느는 추세다. 이 같은 수면장애를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로 '음악'이 꼽히고 있다. 고요한 밤이 쓸쓸하고 허전하다면 영상 시청보단 음악 감상을 택하라는 것이다.
‘미국수면의학회(American Academy of Sleep Medicine)’의 한 보고에 따르면 성인 중 30% 가량이 만성 불면증을 비롯한 수면장애를 겪고 있다. 이 같은 수면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잠을 유도하는 음악 감상이다.
음악으로 수면을 유도하는 한 연구에서는 특정한 음악이 실험참가자 전원을 나른하게 만드는 효과를 일으켰다. 영국 밴드 ‘말코니 유니언(Marconi Union)’의 ‘웨이트러스(Weightless)'가 바로 그 곡이다. 소리 치료 전문가가 작곡에 참여한 이 곡은 스트레스, 혈압, 휴식 시 심박동수를 떨어뜨리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소리치료학회는 이 음악을 “세상에서 가장 마음을 느긋하게 만드는 음악”이라고 칭하기까지 했다.
‘고혈압저널(Journal of Hypertension)’에 실린 또 다른 논문에서는 선율이 부드럽고 느린 음악이 심장박동수를 감소시키고 호흡을 침착하게 만들며 뇌 활동을 느리게 만든다는 점이 입증됐다. 이로 인해 마음이 편안해지고 수면 욕구가 커진다.
잠자리에 누워 듣는 음악은 취향 차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음악 차트 순위대로 듣는 음악은 분명 숙면에 도움이 안 될 거란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평소 운전을 하거나 운동을 할 때 즐겨 듣는 음악을 그대로 들으면 오히려 수면을 방해받을 확률이 높다.
수면을 유도할 목적이라면 이에 적합한 음악 리스트를 따로 뽑아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쿠스틱 음악, 부드러운 인디음악, 감미로운 세레나데, 잔잔한 클래식 등이 잠을 유도하는데 효과적인 음악이다.
평소 음악을 듣는 습관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선율의 흐름을 쫓는 편인지, 가사에 귀를 기울이는 편인지에 따라 곡의 선택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가사를 열심히 듣는 습관이 있다면 가사가 없는 클래식 중심으로 음악을 선정해야 한다.
단 클래식 음악도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 ‘전문간호저널(Journal of Advanced Nursing)’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일부 클래식은 오히려 재즈, 팝 등 여타 음악 장르보다 수면을 방해할 수도 있다. 상당히 고요한 부분부터 엄청나게 웅장한 부분까지 음악의 음량범위가 넓기 때문에 오히려 잠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음악이 시작되고 끝나는 지점까지 음량 변화가 크지 않은 잔잔한 클래식을 선택해야 숙면을 유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